이미지 크게보기일그러진 盧의 얼굴 21일 오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저 앞에 ‘노무현을사랑하는모임(노사모)’ 회원들이 설치한 현수막이 전날 몰아친 비바람 때문에 끊어져 있다. 김해=임정현기자

노무현 정부의 핵심 실세 중 한명인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청와대 예산까지 횡령한 것이 밝혀지면서 노 정부의 도덕성이 치명타를 입고있다. 오죽하면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조차 정 전 비서관의 청와대 공금 횡령에 대해 “사실이라면 부끄러운 이야기”라고 고개를 떨구었다. 부정부패 엄단을 주요 업적으로 내세웠던 노 정부의 도덕성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 셈이다.

대선 후보 시절이던 2002년 5월 노 전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면 친인척과 측근을 막론하고 비리를 저지르면 가차없이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하겠다”고 말했으며 같은 해 12월 당선자 시절엔 “이권 개입이나 인사 청탁을 하다 걸리면 패가망신시키겠다”고 강경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취임 첫해부터 청와대 인사들의 비리가 줄줄 새어 나오기 시작해 임기 내내 측근들의 비리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집사인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수행비서 출신인 여택수 전 제1부속실 행정관, 정윤재 전 의전비서관 등이 줄줄이 철창 신세를 졌다.

최 전 비서관은 2002년 대선 직후 모 대기업 회장을 만나 11억원 상당의 양도성예금증서(CD)를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최 전 비서관은 노 전 대통령과 오래도록 친구처럼 지내는 선후배 사이로 노 전 대통령이 변호사 시절 사무장을 맡았고 16대 대선 당시 부산지역 대선자금을 총괄하기도 했다. 결국 CD수수 사건은 노무현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와 함께 “재신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계기가 됐다.

또 노 전 대통령의 측근 비리 수사가 한창이던 지난 2003년 8월, 노 전 대통령의 ‘386 측근’인 여택수 전 청와대 제1부속실 행정관이 롯데쇼핑으로부터 3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또 지난 2007년 8월 ‘리틀 노무현’이라고 불리던 정윤재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세무조사 무마 청탁 사건에 연루돼 사법 처리되기도 했으며, 홍경태 전 청와대 행정관은 2006년 건설공사 수주 과정에 개입해 지난해 경찰 수사를 받고 불구속 기소됐다.

특히 이번에 밝혀진 정 전 비서관의 공금횡령은 이전의 비리와 질적으로 다르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21일 “그 내용에 대해 믿어지지 않는다”며 “그게 사실이라면 부끄러운 일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는 변호사들도 알지 못하던 내용”이라고 덧붙였다.

또 ‘시민과 함께 하는 변호사들’ 이헌 공동대표는 “(정 전 비서관의 횡령 혐의는) 정권이 기업의 자금을 통치자금으로 끌어다 쓰는 것과 또 다른 문제”라며 “지금까지는 ‘패밀리의 돈’을 끌어썼다고 해서 상대적으로 비난의 여지가 적었지만 국민 혈세를 자기 주머니로 챙긴 것은 말그대로 혈세 도둑”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노 전 대통령까지도 이 사실을 알았다면 전국민이 뒤집어질 일”이라고 말했다.

박준희기자 vinkey@munhwa.com,

창원 = 박영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