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수사 열심히 하고 있는데 웬….” 노무현 게이트 사건을 수사중인 검찰의 한 관계자는 난데없는 여당 간부들의 잇따른 돌출성 발언에 혀를 끌끌 찼다. 비리척결, 공명정대라는 검찰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여당 간부들이 불쑥 내던진 말들로 입이 튀어나왔다.

21일 검찰은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전일에 노무현 게이트 사건과 관련된 수사 브리핑 방식에 대해 강한 비판을 제기하자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수사팀은 하루에 수면시간이 2~3시간일 정도로 강행군을 하고 있지만 여당 간부들의 ‘공격’에 적잖이 당황한 모습이다. 박 대표는 지난 20일 모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검찰이 매일 (수사)진행상황을 브리핑하니까 수사의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박 대표의 발언을 새로운 상황이 빚어질 때마다 수사를 보완하지 말고 커다란 구도를 갖고 진행하라는 조언으로 받아들이지만 그래도 내심으로는 속상한 표정이 역력하다. 검찰의 한 고위관계자는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매일 브리핑을 하는 것은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한 것인데, 정치권에서 단단히 오해를 한듯 하다”며 “수사 진행상황을 언론에 알리는 것은 종종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전직 대통령 수사라는 중대한 사건을 맞아 당초 한 점 의혹도 없이 공명정대하게 수사를 진행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혹시 있을지 모를 언론의 추측보도를 자제시키기 위해서 피의사실 공표의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는 속에서 매일 오후 3시에 대검 출입기자들에게 수사진행상황을 브리핑하고 있다.

검찰은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지난 17일 발언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당시 홍 대표는 “추부길 전 청와대 비서관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구명로비를 하기 위해) 이상득 의원에게 전화했다가 거절당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이 의원은 조사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전직 검사로서 수사 견해를 밝힌 것이지만 검찰 입장에서 보면 마치 정치권이 검찰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검찰은 “수사의 독립성은 검찰이 지켜야 하는 보루”라고 말했다.

이제교기자 jk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