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시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남 건호씨가 검찰에 소환돼 조사받은 총 시간이다. 건호씨에 대한 조사시간이 늘어나면서 이른바 100만달러+500만달러, 즉 600만달러의 사용처도 그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20일 대검 중수부에 다섯번째 불려나온 건호씨는 오전 10시쯤 소환돼 조사를 받은 뒤 오후 11시쯤 귀가했다. 미국에 체류중이던 건호씨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사촌매제인 연철호씨의 홍콩 계좌로 500만달러를 입금한 사실이 확인되자 지난 11일 귀국, 다음날인 12일 검찰에 처음 소환돼 근 15시간 동안 조사를 받았다. 건호씨는 14일과 16일에도 각각 14시간, 15시간씩 마라톤 조사를 받았다. 17일 11시간 동안의 소환 조사 이후 검찰이 “더 부를 일은 없을 것 같다”고 해 한숨 돌리나 싶더니 사흘 후인 20일 재소환돼 13시간 가량 조사를 받았다. 검찰에 머문 시간은 다섯차례에 걸쳐 68시간 정도다.

전직 대통령의 자녀에 대한 소환 조사로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현철씨가 가장 유명하다. 문민정부 ‘소통령’으로 불렸던 김씨는 1997년 비자금 사건, 2004년 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 2005년에는 불법 도청 사건으로 세 차례나 검찰에 불려나와 조사 받았다. 하지만 건호씨처럼 전직 대통령 자녀가 단일 사건의 참고인 자격으로 이같이 장시간 조사 받은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건호씨가 이처럼 집중 수사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노 전 대통령측에 흘러간 600만달러와 노 전 대통령간 연결고리를 파악하는 데 중요한 핵심 참고인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지금까지 수사에서 박 회장으로부터 연씨에게 전달된 500만달러의 일부가 건호씨 소유 기업에 유입되는 등 500만달러의 실 소유주가 건호씨라는 사실까지는 확인했다. 검찰은 박 회장이 건호씨에게 500만달러를 전달하는 와중에 노 전 대통령의 관련 요청이 있었거나, 최소한 이를 재임중 인지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박 회장 진술 이외에 물증은 확보하지 못했다. 박 회장이 청와대 관저에 전달한 것으로 파악된 100만달러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이 알고 있었다는 결정적 증거는 아직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금융정보분석원(FIU)에서 받은 건호씨의 해외 금융거래 내역에서 건호씨가 제출한 자료에는 없는 불분명한 외화 자금 거래의 흔적을 발견, 이에 기대를 걸고 있다. 검찰은 이를 고리로 600만달러와 노 전 대통령간 연관성 입증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따라 수사팀은 건호씨에 대한 추가 소환 조사 여부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건호씨에 대한 검찰 소환 조사 시간이 ‘68시간+알파’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권로미기자 rom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