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21일 이번 수사의 ‘정점’인 노무현 전 대통령 소환 일정을 잡기 위한 회의를 연다.

임채진 검찰총장은 이날 회의에 참석해 이인규 중수부장 등 수사팀의 노 전 대통령 소환 계획에 대한 보고를 청취한 뒤 대략적인 소환 일정을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이처럼 임 총장이 참석한 가운데 노 전 대통령 소환 일정에 대해 숙의하는 것은 검찰 수사를 둘러싼 내·외부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내부적으로는 노 전 대통령의 ‘집사’로, 노 전 대통령의 600만달러 뇌물수수 의혹을 풀 핵심 인물인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새로운 혐의가 지난 19일 돌출적으로 튀어나왔다. 정 전 비서관이 재직 시절 12억원대의 청와대 공금을 횡령한 혐의가 드러남에 따라 노 전 대통령과 관련된 새로운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검찰은 정 전 비서관에 대해 재청구한 구속영장이 21일 발부되면 그를 상대로 이 자금의 성격 및 노 전 대통령과의 관련성, 박 회장의 600만달러 전달에 어떻게 개입했는지 등을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 입장에서는 노 전 대통령을 여러 번 조사할 수 없기 때문에 소환 전 모든 사실관계를 규명해야 하는 과제가 놓여 있다. 정 전 비서관에 대한 충분한 조사 시간 확보를 위해 노 전 대통령 소환도 순연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검찰 외부적으로는 여야간 접전이 벌어지고 있는 4·29 재·보선이 임박한 데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를 둘러싼 정치권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노 전 대통령 소환을 재·보선 직전으로 잡았을 때 검찰에 쏟아질 비판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검찰은 이날 회의에서 이같은 내외부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노 전 대통령 소환 일정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수사팀 내부에서는 수사 일정상 이번 주 후반에는 노 전 대통령 소환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주장과 여러 변수를 고려해 재·보선 이후로 늦춰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 내에서는 ‘표적 사정’및 ‘정치적 수사’라는 불필요한 논란을 피하기 위해 노 전 대통령 소환 일정을 다소 늦춰야 한다는 의견에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충남기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