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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돈세탁 수법은 상당히 치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수사 결과 정 전 비서관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받은 현금과 청와대 공금 횡령액 15억여원을 지인 명의의 차명계좌 2, 3개에 분산 관리해왔다. 이 과정에서 정 전 비서관은 양도성예금증서(CD)나 무기명 채권을 매입했다가 현금화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세탁했다.

검찰에 따르면 정 전 비서관은 박 회장으로부터 수수한 현금 3억원을 CD로 바꿨다가 차명계좌에 입금했다. 청와대 예산에서 빼돌린 자금 12억여원에 대해서도 ‘무기명채권 매입→계좌 입금’ 과정을 반복했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20일 기자간담회에서 “무기명채권을 현금화시켜 차명계좌에 입금했다가 다시 현금화하는 등 차명계좌 형태에 변경을 줬다”고 밝혔다.

정 전 비서관이 돈 세탁에 활용한 CD와 무기명 채권은 불법 정치자금 수수, 비자금 조성의 단골 수단으로 활용돼왔다. 은행이 정기예금에 대해 발행하는 무기명 예금증서인 CD와 채권자의 이름을 배서하지 않는 무기명채권은 ‘무기명’이라는 점 때문에 자금추적이 쉽지 않아 금융실명제의 사각지대로 분류돼왔다.

따라서 정 전 비서관이 돈 세탁을 치밀하게 거친 것도 결국 비자금 조성 목적이 아닌가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정 전 비서관이 돈세탁에 활용한 CD, 무기명 채권은 노무현 정권 초기 각종 정·관계 비리 수사 과정에서 자주 등장했다. 노무현 정권 초기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지냈던 최도술씨가 노 전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이던 지난 2002년 12월말 손길승 SK그룹 회장으로부터 당선 축하금 명목으로 11억원의 CD를 받은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대북송금 수사때도 불법 정치자금이 CD 형태로 오간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노 정권 초기 대선자금 수사 때는 삼성그룹이 여야 후보 진영에 주고 남은 400억원의 무기명채권을 검찰에 제출한바 있고, ‘부영 게이트’ 수사 때도 이중근 부영 회장이 정치권에 무기명 채권으로 불법자금을 제공한 혐의가 드러난 바 있다.

권로미기자 rom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