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9 재·보궐선거가 임박하면서 최대 격전지중 하나인 인천 부평을에서 각 후보들이 쏟아내고 있는 GM대우자동차 지원 공약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여야간 공약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실현하기 어려운 ‘아니면 말고’식 공약이 난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GM본사와 해외법인이 보유한 GM대우 주식을 산업은행이 사들여 별도 법인화해주겠다’는 내용에서부터 ‘추경예산안에 6500억원의 GM대우 지원액을 반영하겠다’는 공약까지 등장했다. 국회의원들 내부에서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할 정도다. 동료의원들까지 고개를 가로저을 정도로 현실성이 의문시되는 공약들이 가뜩이나 꼬인 GM대우 해법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정치권으로서는 지역 주민들의 ‘표심(票心)’을 얻는 게 다급하겠지만 GM대우는 처리방향조차 아직 안갯속이다. 본사인 미국 GM이 파산보호(기업회생절차) 신청을 하더라도 후속 조치에 1년 이상 소모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이 GM대우에 무턱대고 지원부터 하라는 것은 순서가 잘못됐다. GM대우로서도 지원책을 요구하기 이전에 모든 국민이 납득할만한 보다 강도 높고, 뼈를 깎는 구조조정 답안을 내놓는 것이 급선무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뒤 청산 가능성까지 제기되자 쌍용자동차가 뒤늦게 전체 인력의 36%를 감축하겠다고 했지만 이미 시장의 신뢰를 잃은 시점이었다. 이런 전철을 밟아서는 안된다.

구조조정 과정에선 원칙과 일관성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 특히 자동차산업은 전후방 연관산업효과가 큰 만큼 기로에 선 GM대우 처리에서부터 정치논리에 휘둘려 구조조정 원칙이 삐끗하면 더욱 큰 시장 혼란과 충격이 야기될 수밖에 없다. 시장원리에 대한 신뢰가 한번 무너지기 시작하면 위기대응능력도 땅으로 곤두박질칠 수밖에 없다.

이민종 경제산업부기자 horiz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