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헤이든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19일 전·현직 CIA국장단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고문방법을 담은 ‘기밀 메모’를 공개한 오바마 대통령의 결정을 강력히 비판했다.

헤이든 전 국장은 이날 ‘폭스뉴스 선데이’에 출연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최근 테러용의자들 신문 방법에 관한 기밀 메모를 공개하는 것은 미국 정보당국을 ‘실질적으로 위험스럽게’ 만들었다”고 비난했다. 그는 리언 파네타 현 CIA국장뿐만 아니라 피터 고스, 조지 테닛, 존 도이치 등 전직 CIA국장들이 모두 ‘기밀메모’ 공개에 반대했다고 밝혔다.

특히 전·현직 CIA국장들의 이런 의견을 지난달 백악관 고위관계자를 만나 전달했지만 오바마 행정부는 메모 공개를 강행했다고 말했다.

올해 초 오바마 대통령에 의해 CIA국장에서 경질된 헤이든 전 국장은 또 가혹 신문 기법을 ‘불편한 진실’이라고 묘사하면서, 잠을 재우지 않고 벌레가 가득한 박스에 집어넣거나 물고문을 동원한 기법들이 별 효과가 없다는 지적을 반박했다.

헤이든 전 국장은 일례로 “9·11테러 이후 체포된 테러용의자 아부 자바이다에게 좀 더 가혹한 신문 방법을 동원하자 ‘훨씬 귀중한 정보’를 털어놓기 시작했으며 이 가운데는 알카에다의 고위급 인사인 람지 빈알시브를 체포할 수 있는 정보도 포함돼 있었다”고 밝혔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이 물고문 등을 행한 CIA요원들을 사법처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 헤이든 전 국장은 “이게 끝이 아니다. (기밀 메모 공개로 인해) 앞으로 민사소송과 의회차원의 조사가 진행돼 더 많은 폭로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인표기자 lip@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