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금원 리스트’ 공개로 리스트에 거명된 노무현 전 대통령 측근 인사들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리스트에 거명된 인사들은 강금원(57) 창신섬유 회장으로부터 수억원에서 수천만원씩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리스트에 적시된 이들은 대부분 강 회장과의 돈 거래 사실을 인정했지만, “정식 계약에 의한 투명한 거래”라거나 “인간적 호의에 따라 도움을 주고 받은 것”이라며 대가성을 부인하고 있다.

연구원 사무실 임대료 3억5000만원을 건네받은 것으로 알려진 한국미래발전연구원의 김우식(전 청와대 비서실장) 이사장은 연구소에서 월300만원씩 강 회장에게 임대료를 내고 있다고 해명했다. 1억원을 받은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은 청와대에서 나온 뒤 강 회장의 평전을 쓰는 대가로 받은 계약선수금이라고 주장했다. 또 3억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난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은 전세금을 빌렸다가 갚아 준 돈이라고 밝혔고, 7억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난 여택수 전 청와대 행정관도 강 회장이 생활비를 도와주거나 사업자금을 빌려준 것으로 근거자료를 제출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처럼 이들 대부분이 현직을 떠나 민간인 신분일 때 돈을 제공 받은 것으로 드러났고 돈을 건넨 강 회장 역시 이들에게 그 동안의 친분을 이유로 생활비 등의 명목으로 제공했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혜 이권을 노린 것이 아니라 순수 후원성격의 돈이라는 것.

그러나 이 사건을 수사중인 대전지검은 강 회장이 노무현 정부의 후원자를 자처했지만 17억원대에 이르는 거액을 아무런 대가없이 줬다는 것에 대해 의구심을 표시하고 있다. 실제로 검찰은 강 회장 구속영장에 첨부한 ‘구속을 필요로 사유’란 문건을 통해 이들 인사에 대한 조사 필요성을 밝히고 있다. 만약 검찰 수사결과 비록 퇴임이후이긴 하지만 이들이 청와대 등 현직에 있는 인사들에게 강 회장의 민원을 부탁하고 돈을 받았을 경우 변호사법 위반 혐의 등을 적용할 수 있다.

또 이들 대부분이 노무현 정부에서 실세로 통했던 만큼 현직에 재임중 강 회장에게 특혜를 주고 퇴임 후 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을 경우 부정처사 후 수뢰 혐의 적용도 가능하다. 일부 인사들의 경우 정치활동을 계속한 만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의 적용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명식기자 ms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