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함속 자신감 vs 여유속 초조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소환이 늦어도 다음 주에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검찰과 노 전대통령측이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검찰은 겉으로는 신중하면서도 속으로는 혐의사실을 입증할수 있다는 자신감에 불타 있고, 노 전대통령측은 표면적으로는 여유롭지만 내심 초조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사실과 주장이 충돌하는 가운데 조사결과에 따라서 검찰과 노 전대통령중 어느 한 쪽은 추락할 수밖에 없는 건곤일척의 대결이 벌어지고 있다.

15일 검찰에 따르면 이번 노무현 게이트를 전형적인 권력형 부정부패의 뇌물수수 사건으로 규정하고 지금까지 확보된 진술과 정황증거만으로도 노 전대통령의 혐의 사실 입증이 충분할 것으로 보고 있다. 뇌물수수 사건의 범죄성립요건은 공여자의 진술이므로 돈을 받은 쪽에서 무관함을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검찰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일관되고 신빙성있는 진술을 펼치는 상황에서 노 전대통령이 무고함을 입증하기가 쉽지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전직대통령의 예우 차원에서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와관련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14일 “이번 사건은 노 전 대통령과 검찰의 진실 게임이 아니라 노 전 대통령과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진실 게임”이라며 “검찰은 공익의 대표자로서 누구의 주장이 진실에 부합하느냐를 규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과 노 전 대통령 간의 ‘정면승부’ 양상으로 언론에 비춰지는 것에 대해서도 불편한 심기를 표출했다.

방어자의 입장에 서있는 노 전대통령은 겉으로는 여유로운 표정이지만 초조한 표정이다. 노 전 대통령은 고비 때마다 홈페이지를 이용해 검찰 수사에 반박하는 글을 게시하고 이번 수사를 양측의 수싸움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지난 12일 이후에는 글을 일절 올리지 않고 있다. 다만 노 전 대통령측은 검찰이 언론에 수사내용을 흘리고 있다고 항변하면서 불편한 심기를 나타내고 있다. 검찰이 갖고 있을 것으로 보이는 ‘결정적 증거’를 모르는 상태에서 노 전대통령측은 시시각각 다가오는 소환일자에 초조한 분위기를 비치고있다.

이제교기자 jk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