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면 오염 우려 의약품에 대한 판매중지 및 회수 조치가 내려진 지 하루 만에 판매중지 품목에 대한 혼선이 빚어져 주먹구구식 행정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9일 발표한 석면 오염 우려 의약품 1122개 품목 중 40개 품목이 허가서류 상에는 탤크를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기재한 것이 밝혀져 판매중지 조치가 실효를 거두지 못하게 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식약청의 실사과정에서 탤크를 사용했다고 적발된 의약품이 허가사항에선 탤크 원료를 쓰지 않은 것으로 기재돼 있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식약청의 의약품 허가 과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으며, 석면 오염 우려 의약품 실사 과정에서 허가사항과 비교조차 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식약청 관계자는 “석면 오염 우려 의약품 실사 과정에서 업체를 방문, 제조지시서와 입출고 대장 등을 확인한 결과 탤크를 사용했다고 파악했지만 허가서류상에는 탤크를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돼 있다”며 “어디서 이런 차이가 발생했는지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9일 식약청의 조치에 따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10일 석면 오염 우려 의약품이 처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1071개 품목에 대해 건강보험 적용을 중지한다고 밝혔지만 이는 전날 식약청이 발표한 석면 오염 우려 의약품 1122개 품목과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이다. 앞서 식약청은 대체 약품이 없는 11개 품목에 대해서만 한 달 후부터 건강보험 적용을 중지하고, 1111개 품목은 9일부터 즉각 건강보험 적용을 중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건강보험 중지 목록을 발표하면서 식약청의 판매금지 의약품 목록보다 40개 품목이 적은 1071개 품목의 목록을 발표했다. 허가서류를 근거로 건보 적용 중지를 발표했기 때문에 40개가 적은 목록을 발표한 것.

이 같은 명단의 혼선은 가뜩이나 혼란에 빠져 있는 일선 병·의원과 약국에 더욱 큰 혼선을 빚고 있다. 식약청은 이에 따라 조속히 석면 오염 우려 의약품 명단을 수정할 계획이다.

김영번기자 zero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