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콘사들이 시멘트생산업체와 건설사들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에 직면, 울상을 짓고 있다. 시멘트생산업체들의 가격인상 압박에 굴복했으나 레미콘 공급가는 그대로여서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이다. (문화일보 4월7일자 16면 참조)

10일 시멘트·건설업계에 따르면 대형 레미콘사들은 쌍용양회 등 시멘트생산업체들이 적자를 이유로 공급가 인상(전년대비 14.4%)을 요구하면서 지난 3월23일부터 15일동안 시멘트 공급을 중단하자 최근 인상안을 ‘울며겨자먹기’로 수용했다. 이에 따라 대형 레미콘 3사(레미콘 빅3·유진 삼표 아주산업) 대한 시멘트 공급 중단이 풀려 9일부터 건설 현장에 레미콘이 정상 공급되고 있다.

레미콘 ‘빅3’는 그동안 시멘트생산업체들이 공급가를 지난해 대비 14.4% 인상된 t당 6만7500원(낱개 포장하지 않고 차에 직접 싣는 벌크시멘트 기준) 으로 인상하겠다고 통보하자 강하게 반발했다. 경기 불황으로 매출이 급감한데다 시멘트가격이 인상될 경우 레미콘 공급가도 올라 결국 건설물가 연쇄상승을 촉발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멘트 생산업체들은 시멘트 공급 중단으로 맞서 결국 레미콘사들이 백기항복한 것이다.

대형 레미콘사 한 관계자는 “재고시멘트까지 바닥나 공장을 돌릴 수 없는 데다 건설사들은 레미콘 조속 공급을 요구해 시멘트값 인상안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제 시멘트 값 상승분을 레미콘 공급가에 반영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고 말했다.

하지만 건설업계 상황은 녹록지 않아 갑(시멘트생산업체)과 갑(건설사) 사이에 끼어 샌드위치 신세가 된 레미콘사들이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 수요처인 건설 현장에서 건축비 상승 등을 이유로 레미콘 값 인상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있는 것.

성남 판교신도시에 아파트를 짓고 있는 A건설 자재담당은 “레미콘 값이 인상되면 곧바로 건축비(아파트 분양가 등)로 반영될 수밖에 없다”며 “지금같이 건설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건축재료 값 인상은 절대 수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순환기자 s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