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자식 간의 천륜(天倫)마저 끊게 한 악덕 사채업자 일당이 검거된 배경에는 안타까운 사연을 접한 뒤 집요하게 추적한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강·폭력 3팀 1반 경찰관들의 보이지 않는 노고가 있었다.

광수대 강·폭력 3팀 1반이 백씨 일당을 뒤쫓기 시작한 것은 2008년 11월28일. 피해 여대생 A씨 부녀의 비극적인 죽음을 다룬 한 지방지 기사를 접한 뒤부터다. 사채 빚에 시달리던 한 여대생이 유흥업소에서 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아버지가 11월25일 딸을 목 졸라 살해하고 자신도 이틀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내용이었다. 1반 대원들은 “우리가 악덕 사채업자를 잡아 부녀의 억울함을 풀어주자”고 의기투합했다.

수사는 쉽지 않았다. 대원들은 지난 1월 중순 주변인물 조사를 통해 A씨와 친구 B, C씨가 2007년 3월 등록금 마련을 위해 사채업자로부터 300만원씩을 빌렸다는 사실을 알아냈으나 B, C씨 등이 진술을 거부했다. 사채업자의 협박에 잔뜩 겁을 먹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세 차례 조사에서 허탕을 친 끝에 4월 들어서야 B씨로부터 “사채업자가 우리(A, B, C씨)를 유흥주점 접대부로 취업시켜 화대를 가로챘다”는 진술과 함께 ‘문제의 사채업자’가 백씨라는 진술을 받아냈다. 4개월여의 추적 끝에 대원들은 백씨 사무실을 덮쳐 18명을 검거하고 212명의 피해자 목록을 확보할 수 있었다. 1반 소속 한 대원은 “죽은 A씨 부녀의 억울함이 조금이나마 풀렸으면 좋겠다”며 “다시는 이런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불법 대부업을 더욱 강력히 단속해야겠다”고 말했다.

강버들기자 oisea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