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2일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금융 정상회의를 앞두고 영국 경찰이 비상체제에 들어갔다. 크고 작은 시위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영국 경찰측은 “법을 어기는 어떤 행위도 용납하지 않겠다”고 강경 입장을 밝혀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사이먼 오브라이언 런던경찰청장은 26일 “런던시, 영국 남부 에섹스와 서섹스주 등 3개 경찰력이 ‘글렌코 작전’이라고 불리는 G20 특별 안보 계획에 따라 통합해 활동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오브라이언 청장은 “이 작전은 우리가 지금껏 해왔던 것보다 규모가 크고 더 복잡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얼마나 대규모의 경찰이 동원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으나, 24일부터 4월2일 사이에 1만500명의 경찰이 이동할 예정이라고 말했다고 CNN은 전했다.

이 작전에 따라 최대 40대의 무장 호송차량이 31일부터 영국에 도착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세계 정상과 외교관들을 수송하게 된다. 런던경찰청은 4월1~2일 경찰들의 외출과 휴가 계획을 취소했다. 또 시위대의 동향을 탐지하고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페이스북 같은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를 모니터하고 있다. G20 특별 안보 작전에 들어가는 총 비용은 720만파운드(약 140억원)로 알려졌다.

경찰이 삼엄한 경계 태세에 들어간 것은 오는 2일 G20 금융 정상회의가 런던시에 ‘전례 없는 위협’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경제위기 대책을 촉구하는 크고 작은 시위, 그리고 이 분위기에 편승해 각양각색의 조직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주장을 시위를 통해 표출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이번 주말인 28일에는 120개 직종별 노동조합이 런던 중심가 가두 시위에 참가한다. G20 회의 개최 하루 전날인 1일에는 런던 금융가에서 2000여명이 모여 시위를 벌인다.

G20 회의 해법에 반대하는 ‘대안 G20 회의’도 런던 동부 세계 박람회장 근처에서 개최된다. 이곳은 런던 금융가인 카나리 워프로부터 10분 거리밖에 되지 않아 금융 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이 시위대의 타깃이 될 위험도 있다. 시위대는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은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와 로이즈 TSB 등 금융기관을 비롯해 법률회사, 회계법인, 에너지업체, 방산업체 등 수십여개 표적 건물들의 위치를 표시한 상세한 지도를 인터넷에 올려놓고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런던경찰청은 시위대가 영국 중앙은행 등 런던 금융가를 대표하는 건물들을 습격할 가능성을 포함해 다양한 우발 사태에 대처하는 계획을 짜놓고 있다. 런던 상공회의소측은 “이 지역 일대 회사들은 근로자들에게 가급적 회사 로고가 새겨진 옷을 입지 말고 건물 밖으로 불필요한 외출을 삼가는 등 안전 수칙을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심은정기자 fearles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