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 키신저(85) 전 미국 국무장관이 최근 러시아를 극비 방문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핵무기 감축계획 메시지를 전달하고 이에 대한 지지를 요청했다고 영국 텔레그래프 인터넷판이 6일 보도했다.

키신저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만난 시점은 지난해 12월. 오바마가 대통령 취임 전 러시아 정부에 ‘밀사’를 파견한 것은 미국 보수파의 반발을 피하기 위해서였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키신저가 모스크바 근처에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의 시골집에서 이틀간 회담했다고 전했다. 따라서 푸틴 총리와도 만났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오바마 정부는 미국과 러시아의 핵탄두 보유량을 현재의 5000개 수준에서 각각 1000개로 줄이는 조약 체결을 추진 중이다. AP통신은 5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의회 관계자들에게 러시아와의 핵감축협약을 신속하게 진행할 계획임을 전달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러시아는 1991년 체결돼 오는 12월5일 만료되는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을 대체할 새로운 합의를 요구해왔다. 이 협정으로 양국은 각자의 핵탄두 비축량을 1만개에서 5000개로 줄였고 2002년에 이뤄진 추가 협상에서는 양측에 배치된 핵탄두의 수를 1700~2200개로 감축하기로 했다. 그러나 조지 W 부시 정부는 중국과 같은 잠재적인 핵 강국의 도전에 대응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면서 START 후속 협상을 지연시켰었다.

이현미기자 alway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