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의 나라에서 탁구로 성공하고 싶어요.” 조선족 여고생 강미순(16)의 인생에는 이제 탁구밖에 없다. 지난해 산둥성 칭다오 제남체육학교 2학년을 마치고 탁구를 위해 한국국적을 취득하고 대우증권 탁구팀에 입단했다. 헤이룽장성 다칭 출신인 강미순은 초등학교에 입학한 6살때 탁구 라켓을 잡았다. 다칭 16소학교 체육교사인 아버지 강태복(45)씨가 외동딸을 6살에 학교에 입학시키고 탁구를 권했다.

소질을 있었는지 지난해 중국 2부리그 전체에서 6위에 올랐고 1부리그로 승격했다. 한국과의 인연은 강미순이 속한 누릉클럽(칭다오)과 자매결연팀인 현대시멘트탁구단의 초청으로 지난해 8월 한국에 합동훈련을 오게 되면서 맺어졌다. 강미순은 여건이 좋은 한국에서 탁구 선수로 대성하고 싶었다. 중국에서는 아무리 잘해도 소수민족의 경우 국가대표가 되기 힘든 여건도 작용했고 2005년 먼저 한국에 와 2007년 귀화한 어머니 권문옥(42)씨와 함께 있고 싶었기 때문.

현대시멘트팀이 지난해 해체되면서 강미순의 꿈이 깨지는가 싶었으나 대우증권 김택수 총감독이 강의 기량과 의지를 보고 받아주기로 했다. 지난해 9월 한국에 왔고 귀화신청 두달 만인 11월 국적을 취득했다. 이렇게 빨리 귀화 수속이 이루어진 것은 김택수 총감독이 법무부에 낸 청원서 때문. 법무부에서는 김 총감독에게 “국가를 위해 잘 키워달라”고 오히려 부탁했다고 한다. 166㎝의 큰 키에 왼손잡이인 강미순은 셰이크핸드 전형에 라켓 앞면에는 중국 러버, 뒷면에는 버터플라이 러버를 붙였다. 현 세계랭킹 3위 궈웨(중국)와 똑같은 스타일.

육선희 대우증권 여자팀 감독은 “국내 여고생급으로는 최상위 실력이고 실업팀 선수로 따지면 중상위급이다. 본인의 의지가 강하고 집중력이 좋아 대성할 수 있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하루 8시간의 훈련이 부족하다고 느낀다는 강미순의 꿈은 반밖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열린 슈퍼리그에 출전하고자 했으나 상대팀이 “15세 선수가 실업팀 선수로 뛸 수 있느냐”며 이의신청을 했고 탁구협회가 이를 받아들여 출전이 좌절된 것. 김 총감독은 변호사에게 선수등록 규정에 관한 해석을 의뢰한 결과 ‘탁구협회 및 대한체육회의 선수등록규정을 살펴본 결과 의무교육을 마친 상태이기 때문에 실업팀 선수로 뛰는 데 법적·사회적 제한이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며 “법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강미순의 꿈이 이루어지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이동윤기자 dy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