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인터넷사업자 측과 저작권 관련협 단체 측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간담회를 공동으로 마련키로 했다가 백지화했다. 인터넷사업자측이 ‘상설협의체’ 구성을 간담회 안건으로 제시하자, 저작권자 측에서 난색을 표시한 것이다. 이처럼 양측은 현재 소송 등으로 긴장상태에 있다 보니 상호간의 소통 통로가 막혀 있는 상황이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인터넷을 이용하는 국민들을 저작권 침해 범죄자로 전락시킬 수 있는 저작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터넷사업자·저작권자·이용자 등이 한자리에 모이는 상설협의체를 만들어 해법을 찾는 작업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화부 관계자는 “이용자 개인이 저작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모두가 모여서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측은 권리 보호만 앞세운 기존의 ‘고소·고발 만능주의’에서 벗어나 저작권법의 기본 정신인 ‘공정이용 활성화’를 바탕으로 ‘제3의 대안’을 모색하는 토론의 장에 적극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또 인터넷사업자 측은 이용자 개개인이 저작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현실을 고려, 대안을 마련하는 데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이 과정에서 저작권 보호와 공정이용 활성화라는 두 축을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법인 상생의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 합리적인 유통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관련 전문가들의 제안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이용자제작콘텐츠(UCC) 사이트인 유튜브의 시도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유튜브는 저작권이 있는 콘텐츠에는 별도의 광고를 붙여 저작권자 측과 수익을 나누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이는 아예 서비스를 중단시키거나 저작권을 무시한 채 서비스를 강행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협력방안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여기에 동참하는 저작권자 측도 유니버설뮤직·CBS 등 속속 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의 디지털밀레니엄저작권법(DMCA)은 인터넷사업자가 저작권 침해 사례를 통보받으면 이를 삭제하도록 하는 이른바 ‘통지와 삭제(Notice and Takedown)’라는 대원칙을 세워 저작권 보호와 인터넷의 저작물 이용 활성화라는 두 가치를 균형있게 추구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반면 3진 아웃이나 사이트 폐쇄 등과 같은 제재 강화에 무게를 두고 있는 최근의 국내 저작권법 개정안 움직임은 반대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상조 서울대 기술과 법센터 교수는 최근 논문에서 “(지금까지는 저작권자의 권리 보호를 대폭 강화해 왔다면) 권리자 보호저작물의 효율적 이용을 통해 균형있게 이용자 등의 이익을 보정하는 공정이용 제도의 활성화가 필요한 때”라고 밝혔다.

이와함께 온라인 세계를 가장 잘아는 인터넷사업자 스스로가 자율규제에 나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법적인 책임은 사법부가 판단해야 하나, 사회적 책임은 사업자 스스로가 해결토록 하는 것이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이와관련, 지난 16일 NHN·다음 등 포털 7개사는 ‘건강한 인터넷을 위한 포털자율규제협의회’를 출범시켰다.

저작권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는 작업도 중요하다. 청소년을 범법자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교양 수업에 저작권 교육을 집어넣는 방법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제안이 그것이다.

이관범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