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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자서전을 내자는 제안을 받았어요. 허허(웃음). 내가 무슨 유명 인사라고. 그런데도 사진기자로서 내가 현장 경험이 풍부하고, 또 그만큼 내 사진들이 사료적 가치도 인정받아서 자서전 얘기가 나온 것이라고 생각하니 한편으로는 뿌듯하더라고요.”

서울 종로구 경운동의 월간 ‘사진예술’편집실에서 이 월간지의 이명동(88) 고문을 만났다. 미수(米壽)를 넘긴 나이에도 기자 출신답게 이 고문은 4·19 발포현장이나 정치깡패 유지광 촬영 등과 관련된, 과거 사진기자로서 겪은 사건들을 ‘흥이 나서’ 들려주었다. 형형한 눈빛에 꼿꼿한 자세, 명확한 기억력 등만 본다면 70대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사실 이 나이에 따로 관리를 안 하면서 이만큼 건강한 것도 젊어서 카메라 메고 운동화 한켤레에 의지해 밤이건 낮이건 취재 현장을 누비고 뛰어 돌아다니며 쌓은 체력이 아직 남아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이 고문은 건강과 관련, “특별히 아픈 곳은 없다. 2개월에 한번씩 병원에 가서 혈압 재보고 고혈압 약을 타오는 정도”라고 부연 설명을 해줬다.

이 고문은 1953년 9월 당시 부산에서 발행되던 중앙일보(지금의 중앙일보와는 별개의 신문)에서 사진기자의 세계에 입문한 이후 동아일보 등을 거치며 평생을 신문 사진기자로, 사진평론가로, 사진문화운동의 선구자로, 그리고 사진교육자로 활동했다. 칠순의 나이에는 월간 ‘사진예술’을 창간하는 열정을 보여주었다.

지난 1999년에는 이를 기리기 위해 후배들이 성금으로 ‘이명동사진상’을 제정, 매년 한국사진계 발전에 이바지한 사람에게 수여하고 있다.

“뜨겁게 살았어요. 특히 제가 처음 사진기자로 발을 내디딜 때만 해도 신문사 편집국에서 사진기자의 위상이 형편없었죠. 좀 심하게 말하면 ‘사환’ 비슷했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내 스스로 경쟁력을 갖춰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다른 신문이 찍지 못하는 현장사진을 만들어내기 위해 뛰어다녔고, 경우에 따라선 관련기사도 직접 작성했어요.” 이 고문은 국내 신문사에 최초로 출판사진부를 만든 주인공이기도 하다.

이 고문은 필름을 사용했던 ‘아날로그 세대’다. 요즘 그는 ‘디지털 세대’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요즘 후배들을 보면 한가지 안타까운 것이 있어요. 사진 한장으로 장안을 뒤집어 놓는 ‘반짝 스타’들을 보기 힘들어요. 우리때는 그런 기자들을 쉽게 볼 수 있었거든요. 경쟁의식이 부족해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기자 정신의 부족’을 꼬집는 얘기였다. 비록 카메라를 놓았어도 그는 천생 기자였다.

건강비결 - 지하철 출근길·남산 산책길 ‘걷고 또 걷고’

“저는 기자 시절부터 나이를 먹은 지금까지 줄곧 걸었습니다. 걷는 것이 운동이죠. 이곳 ‘사진예술’ 사무실에 올 때도 아파트가 있는 약수동에서 지하철을 타고 와요. 그리고 집에서 남산이 가까워 종종 오릅니다. 특히 벚꽃 필 때 남산의 경치가 일품이죠.”

이명동 고문은 건강비결로 ‘걷기’를 꼽았다. “술, 담배는 오래전에 끊었어요. 젊을 때는 한창 잘했죠. 위스키는 앉은 자리에서 스트레이트 한병이 기본이었고, 담배도 하루 세갑까지 피웠어요.” 한편 이 고문은 음식을 가리지 않지만 아침 식사로는 찐 감자나 고구마를 먹는다고 한다. “그냥 고향 생각이 나서 1년 전부터 먹고 있어요. 그런데 몸에도 좋은 음식이라고 하더군요.”

약력

▲1920년 경북 성주 출생 ▲성균관대 정치학과(52년) ▲동아일보 사진기자(55년) ▲동아일보 사진부장(65년) ▲동아일보 출판부국장(74년) ▲중앙대 사진과 강사(76년) ▲월간 ‘사진예술’ 발행인(89년) ▲98사진·영상의 해 조직위 위원(97년) ▲‘이명동 사진상’ 첫 시상 및 ‘사진은 사진이어야 한다’ 출간(99년) ▲옥관문화훈장(2002년)

이경택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