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자가 ‘고향’ 하와이를 자주 찾을수록 난처해지는 사람이 있다. 하와이 주지사 린다 링글이다.

링글은 여러 가지 ‘기록’을 갖고 있다. 하와이 최초의 유대인 주지사이자 최초의 여성 주지사이며, 하와이에서 40년 만에 배출된 공화당 출신 주지사다. 지난 2004년 뉴욕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대회장을 맡을 정도로 거물급 인사로 성장한 그에게 ‘민주당’ 출신 오바마 당선자의 하와이 행은 여러모로 부담스럽다. 쌍수 들고 환영하자니 다른 당 출신 대통령과의 밀월이 부담스럽고, 모르는 척 하자니 ‘속이 좁다’는 비판이 염려되기 때문이다.

이달 초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전국 주지사들과 오바마 당선자와의 회동 때 링글은 불참했다. 고작 85분간 진행되는 회동을 위해 3일이나 하와이를 비워둘 수 없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현지 언론들은 링글의 불참에 대해 가시돋친 비판을 내놨다. 링글은 지난 대선 기간동안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 지원 유세를 위해 여러 차례 본토로 날아갔다. 대선때는 그렇게 열심히 본토로 날아가던 주지사가 정작 대통령 당선자와의 회동에는 ‘거리가 멀어 3일간의 여행을 하기 힘들다’는 이유를 대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는 게 현지 여론의 비판이다.

필라델피아 회동에 불참한 링글에게 오바마 당선자는 친서를 보내며 ‘고향 주지사’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오바마는 링글에게 ‘인프라 건설, 주 정부와 연방정부와의 동반자 관계’등에 대해 의견을 보내달라고 했고, 링글은 답장을 통해 몇몇 가지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둘의 접촉은 이 서신교환이 전부였다. 지난 8월 이후 3번이나 하와이를 찾은 오바마와 링글은 아직 직접 대면한 적이 없다. 예정된 회동도 없다. 그러나 ‘오바마 특수’를 누리고 있는 관광업계처럼 하와이 발전을 위해서라도 오바마와 친분을 쌓아두라는 현지 여론의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는 게 뉴욕타임스 지적이다.

양성욱기자 feelgood@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