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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증권 매각 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정대근(64·수감중) 전 농협중앙회장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건평(66)씨, 노 전 대통령의 후원자인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3각 커넥션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 및 자회사인 휴켐스 매각을 둘러싸고 이들은 서로간의 친분을 이용해 ‘상생의 로비’에 나섰던 것으로 드러났다.

◆ 박연차와 노건평은 동업자? = 1980년대부터 노씨는 박 회장과 끈끈한 인연을 맺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태광실업 자회사로 알려진 정원토건에 노씨는 2002년부터 2006년까지 감사로 일했다. 이후 노씨의 아들 상욱(34)씨가 자리를 이어받았다. 노씨의 아내 민미영(52)씨는 1999년부터 현재까지 이사로 돼 있다. 이 회사의 실질적 소유주는 노씨로 알려져 있다. 정원토건은 박 회장 소유의 정산개발에서 발주한 정산CC의 30억원대 진입로 공사를 맡았고, 같은해 태광실업의 공장 용지 조성 공사를 담당했다.

노씨는 정원토건의 사업소득 가운데 7억~8억원을 빼 리얼아이디테크놀로지 주식 100만주를 차명으로 산 사실도 국세청의 세무 조사에서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 사이에는 부동산 거래도 몇 차례 있었다. 1988년 노 전 대통령이 부산 동구 국회의원 후보로 총선에 출마했을 때 노씨는 경남 김해시 한림면 소재 임야를 4억5000만원에 박 회장에게 팔았다. 또 2002년 4월에는 경남 거제시 한 별장을 10억원을 받고 박 회장에게 넘기기도 했다. 두 사람이 친분 있는 지인 관계를 넘어 각종 사업을 함께 한 동업자 관계로 보이는 대목이다.

◆ 박연차와 정대근은 비리공범? = 박 회장은 2006년 1월 정 전 회장에게 20억원을 건넸다. 박 회장이 본인 명의와 차명 등을 통해 세종증권 주식을 사고 팔아 178억원의 차익을 챙긴 다음달이다. 세종증권 인수 정보를 알려준 대가로 박 회장이 정 전 회장에게 시세차익 가운데 일부를 건넨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이 돈은 이익배분이 아니라 태광실업의 휴켐스 인수를 위한 로비용이었을 가능성도 있다. 태광실업은 2006년 5월 휴켐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며 당초 제시한 1777억원보다 322억원 싼 1455억원에 휴켐스를 인수했다.

문제의 20억원은 정 전 회장이 현대차로부터 3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뒤 돌려졌다가 태광실업이 농협의 또다른 자회사 남해화학 인수를 추진하던 2007년 7월 정 전 회장에게 다시 전달됐다. 지난 7월 무렵 검찰과 국세청이 박 회장의 탈세 및 미공개 정보 이용 혐의에 대해 대대적인 조사에 착수하자 정 전 회장은 다시 박 회장에게 되돌려줬다. 검찰관계자는 “두 사람 사이 오간 돈이 로비자금이거나 미공개 정보 이용의 이익배분일 수 있다고 보고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 세종의 전방위 로비? = 세종캐피탈측이 세종증권 매각이 이뤄진 2005~2006년 사이에 정치권 인사들에게 상당수 합법적인 정치자금을 건넨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공개대상 기부자 명단에 따르면 홍기옥 세종캐피탈 사장이 2006년 11월 이광재 민주당 의원에게 300만원을 전달했다. 이 의원은 또 이기우 세종캐피탈 감사로부터 2005년과 2006년 두차례에 걸쳐 각각 500만원씩 총 1000만원을 받았다. 김한길 전 열린우리당 의원도 2006년 11월 이 감사로부터 300만원을 받았다.

세종캐피탈은 2005년 3월부터 세종증권을 농협에 팔기 위해 로비를 벌여 2006년 1월 세종증권 주식 47%를 농협에 매각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장석범기자 bu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