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4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노건평(66)씨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릴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검찰조사결과 노씨는 2005년 6월쯤 서울의 한 호텔에서 정대근 전 농협회장을 직접 만나는 등 적극적인 역할을 한 것이 추가로 확인되고 있다. 검찰은 세종증권 매각 과정을 노씨가 주도한 것으로 보고, 영장 발부를 기대하고 있다.

노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김용상 서울중앙지법 영장 전담 부장판사의 심리로 진행됐다. 노씨에 대한 구속 여부는 이날 오후 늦게나 저녁쯤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영장 전담 재판부의 ‘고민’이 길어지면 밤늦게나 최종 결정이 나올 수 있다.

법원 판단의 핵심은 노씨가 세종증권 매각 로비와 관련해 세종캐피탈 측으로부터 30억원을 받은 정화삼(구속)씨 형제의 ‘공범(共犯)’이냐에 있다. 또 노씨가 자신의 ‘몫’으로 정씨 형제로부터 3억1000만원을 직접 수수했거나 이 돈이 노씨의 것이라는 물증이 있느냐도 구속 여부의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다. 노씨는 2005년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 과정에서 정씨 형제로부터 부탁을 받고 정대근 당시 농협 회장에게 “세종증권이 농협이 인수되도록 도와달라”는 청탁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노씨가 청탁 대가로 정씨 형제가 받은 ‘성공보수’30억원의 알선수재 공범으로 판단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노씨에게 적용된 특경가법상 알선수재죄는 금융기관인 농협의 직무에 관여해 로비를 벌이고 대가로 금품을 받은 혐의에 적용되며, 최고 징역 5년형이나 벌금 5000만원까지 처벌될 수 있다.

법원이 노씨의 몫이 3억1000만원이라는 것을 뒷받침할 진술이나 차명계좌 등 객관적 물증이 있다고 판단하면 노씨는 구속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30억원의 공범 관계에 대해서도 법원은 신중한 검토를 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공범들 간에 사전에 전체적인 모의 과정이 없었다 하더라도 순차적·암묵적으로 범죄 실행 의사를 가지게 됐다면 공범 관계는 성립된다. 노씨가 30억원이 청탁 대가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거나 정씨 형제와 노씨 사이에 이 돈에 대한 분배 약속을 한 사실만 드러나도 처벌을 피할 수 없다. 노씨는 현재 청탁 대가로 돈을 받은 사실에 대해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충남기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