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물경제 회생여부의 바로미터로 관심을 모았던 연말 쇼핑시즌은 일단 ‘절반의 성공’속에 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파격적인 할인판매 덕분에 블랙 프라이데이 열기는 예상보다 뜨거웠으나 바로 다음날부터 열기가 급격히 식는 모습이었다. 소매업체들은 사이버 먼데이를 계기로 다시 쇼핑 열기를 확산시키려고 노력 중이지만 기대했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매년 추수감사절 바로 다음날을 일컫는 블랙 프라이데이(Black Friday·올해는 11월28일)는 적자를 기록하던 소매상들과 유통업체들이 이날을 계기로 흑자(black)로 전환한다는 의미에서 유래된 속어다. ‘사이버 먼데이(Cyber Monday·올해는 12월1일)’는 추수감사절 연휴가 끝난 직후 월요일을 가리키는 신조어로, 직장으로 돌아간 소비자들이 온라인 쇼핑을 재개한다는 의미에서 생겨났다.

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소매연맹(NRF)이 소비자 337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이번 블랙프라이데이때 1인 평균 372.57달러를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1인 평균액 347.55달러보다 7.2% 늘어난 수치다. NRF측 또다른 조사에 따르면 이번 추수감사절 연휴때 일반 매장이나 온라인 매장에서 쇼핑을 한 소비자는 1억7200만명으로 지난해 1억4700만명보다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수치들은 호조를 보였으나 실제 내용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소비자들이 파격적인 할인을 실시하는 물건에 대해서만 지갑을 열었기 때문이다. 스웨터를 ‘1+1(한 개를 구입하면 한 개를 덤으로 주는 행사)’방식으로 판매한 의류브랜드 갭 매장을 비롯해 애플 아이팟을 개당 200달러까지 낮춘 아마존 닷컴, 26인치 LCD 텔레비전을 299달러에 판매한 대형유통업체 타깃처럼 과거에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대폭적인 할인을 실시한 매장에만 손님들 발길이 이어졌다. 칼스턴리서치가 지난 주말 소비자 7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0%가 이번 블랙프라이데이때 할인율이 큰 상품만 구매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 큰 문제는 그나마 ‘짠돌이 쇼핑’을 했던 소비자들이 블랙 프라이데이가 지나자 썰물처럼 빠져나갈 기미를 보이고 있다는 점. 블랙 프라이데이때 북적였던 상점들은 바로 다음날 뚝 끊어진 손님들 발길에 또다시 냉가슴을 앓아야 했다.

양성욱기자 feelgood@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