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미국 제조업 상황이 전문가들 예상보다 크게 악화되면서 26년 6개월 만에 최악의 수준을 기록했다. 실물경제가 갈수록 악화될 조짐을 보이자 미 정치권 인사들은 막후 교섭을 벌이며 경기부양책 조속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 공급관리협회(ISM)는 1일 11월 제조업지수가 36.2로 떨어져 1982년 5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블룸버그가 경제전문가 61명을 대상으로 사전 집계한 중간값 ‘37’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ISM 제조업지수는 지난 9월 43.5에서 10월에는 38.9로 떨어진 바 있다. 제조업지수는 미국내 20개 업종 300개 기업 구매 담당자를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하는 수치다. 통상 50이상이면 제조업 경기상승을, 50이하면 경기위축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ISM 구매관리자 신규주문 지수는 10월 32.2에서 27.9로 떨어지면서 1980년 이래 최저치였고 생산지수는 34.1에서 31.5로 하락했다. 가격지수는 전달 37에서 25.5로 하락해 6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고, 고용지수는 34.6에서 34.2로 떨어졌으며, 수출지수는 41로 변동이 없었다. 미 상무부도 지난 10월 건설지출이 전달보다 1.2%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로이터가 집계한 전문가들 전망치 ‘1.0% 감소’보다 감소폭이 큰 것이다. 민간주택건설은 3.5% 감소해 지난 7월 6.2% 감소 이후 최대폭 감소를 기록했고 공공건설은 0.7% 늘었다.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완전히 전이될 조짐을 보이자 대책마련을 위한 정치권 행보도 빨라졌다. 버락 오바마 당선자측과 민주당은 당초 11월말까지 현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마련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무산되자, 다음달 대통령 취임 이전에라도 부양책을 마련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낸시 펠로시 (민주당)하원의장은 1일 주지사연합회 회장인 에드 렌들 펜실베니아 주지사, 부회장인 짐 더글러스 버몬트 주지사 등을 만나 경기부양책 규모와 상세 내역 등을 논의했다. 당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논의된 부양책에는 중산층 감세, 수십억 달러 규모 공공부문 건설, 지방정부 지원, 재활용 에너지 산업에 대한 투자 등이 포함됐다.

펠로시 의장은 회동에 앞서 기자들에게 “오늘 중으로 주지사들과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펠로시 의장은 또한 대규모 고용창출을 할 수 있는 법안을 마련, 오바마 당선자가 취임당일(내년 1월20일) 서명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양성욱기자 feelgood@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