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7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와 전화로 첫 상견례를 했다. 이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오전 7시17분 시카고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고 12분동안 ‘짧지만 긴 대화’(이동관 청와대 대변인)를 나눴다. 세계금융위기, 한미동맹, 북한문제 등 현안 공조에 원론적인 공감대를 형성했고, 친밀감을 나누는 사적인 대화들도 오갔다.

◆이 대통령 = 진심으로 축하한다. 변화와 희망에 대한 미국민의 기대가 매우 큰 것으로 알고 있다. 그 뿐만 아니라 (세계) 많은 국가들이 기대하고 있다.

◆오바마 당선자 = 한국과 한국민을 진심으로 존경하고 있다(I’m a great admirer of your country and people). 하와이에서 자랐고 많은 한국계 미국인들과 접할 기회가 있어서 가까운 감정을 갖고 있다. 불고기와 김치를 좋아한다. 가장 좋아하는 점심 메뉴 중 하나다. 이미 한미관계가 긴밀하지만 이를 한층더 강화하고 싶다. 양국의 강화된 동맹관계가 아시아의 평화·안정에 초석이라고 생각한다. 한·미간에 경제·안보관계를 위해 동맹을 강화시켜나가기를 희망한다. 이 대통령과도 개인적으로 친밀한 관계를 갖게 되기를 바란다.

◆이 대통령 = 선거과정을 주의깊게 봤다. 당선자가 하와이와 해외(인도네시아)에서 보낸 어렸을 때의 삶과 라이프 스토리를 잘 알고 있다. 손자 당선을 목전에 두고 타계한 외조모 소식에 안타까웠다. 당선자가 수락연설에서 말한 것처럼 외조모께서 하늘에서 미소짓고 계실 것으로 생각한다.

◆오바마 당선자 = 이 대통령의 삶을 존경하고 많이 알고 있다. 정치에 입문하시기 전에 젊은 나이에 현대라는 기업을 일궈낸 업적은 보통사람이 일생에 거쳐 해야 할 일을 짧은 시간내에 이룬 것으로 큰 의미가 있다. 앞으로 이 대통령과 함게 일하면서 이 대통령의 지혜와 견문을 빌리고 싶다.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금융위기, 북한문제 등을 양국간 긴밀한 협력을 통해 해결해나가자. (이 대통령이 통역에게 이후 통역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자) 이 대통령의 영어가 내 한국어보다 훨씬 낫다. 저는 ‘안녕하세요’라는 한국어밖에 하지 못한다.

◆이 대통령 = 당선자 말씀을 들으니까 든든하다. 말씀하신 대로 세계가 금융위기이고 에너지, 자원, 환경, 빈곤 등 여러가지 현안을 안고 있다. 이런 것들도 당선자가 강조한 것처럼 국제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해 함께 해결해나가야한다는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특히 동북아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고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양국이 긴밀히 협력해나가야 한다. 또 전통적인 동맹관계를 21세기 전략동맹으로 발전시켜나가는 데 당선자와 뜻을 함께해서 노력하겠다. 당선자께서 한국과 한국민에 대해 깊은 이해를 갖고 있어 매우 기쁘다.

◆오바마 당선자 =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하다. 개인적으로 가까운 시일내에 만나뵙기를 기대한다.

이 대변인은 이날 통화내용을 전하면서 “진지한 분위기에서 친밀감과 신뢰감이 배어나오는 내용들”이라고 평가했다. 이 대변인은 “오바마 당선자가 사안을 정확히 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특히 발음이 명확해 귀에 쏙 들어왔으며 이 대통령이 통역을 생략하면서 더 많은 대화를 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콜린 파월 전 미국무부장관의 예방을 받고 오바마 당선자측의 외교안보구상, 한반도 현안 등에 대해 심도있는 대화를 나눌 예정이다. 파월 전 장관은 공화당 출신이면서 대선 당시 오바마 당선자 지지를 선언한 ‘오바마콘’의 대표적 인사다.

김상협기자 jupit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