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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 조사 당시 영국의 10가구 중 9가구는 적어도 한 권의 사전을 가지고 있었다는 통계가 있다. 그 다음이 성경(80%), 요리책(70%)이었을 만큼 사전 보급이 일반화해 있었다. ‘옥스퍼드 영어 사전’도 그 사전들 가운데 하나다. 초판은 1857년 기획에서 마무리까지 장장 70년이 걸린 역작으로, 그 명성은 여전하다.

옥스퍼드 사전은 그 권위가 암시하듯 표제어 등재가 여간 까다롭지 않다. 12세기 중엽 이후의 영어를 수록하되 각 어휘에 대한 개념이 확고해야 할 뿐 아니라 형태와 철자, 의미 변천 등을 자세하게 기술하며, 반드시 문자로 기록된 어휘만을 대상으로 했다. 편찬 당시 널리 사용되는 낱말이라 하더라도 문자로 기록돼 있지 않으면 등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설령 문자로 기록돼 있더라도 ‘방언’과 심한 비속어, 저속한 표현은 제외한다.

김치란 단어가 옥스퍼드 사전에 표제어로 오른 것도 이런 조건들을 충족했기 때문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김치가 옥스퍼드 사전에 표제어로 처음 등재된 때는 1986년. 출전은 1898년 이사벨라 버드 비숍의 저서 ‘한국과 그 이웃들’ 제1권 7장 98쪽으로 명시돼 있다. 김치라는 식품이 서양인의 눈에 깊이 각인됐음을 짐작할 수 있다. 옥스퍼드 사전에는 김치와 함께 불고기, 한글, 기생, 막걸리, 온돌, 시조(時調), 태권도, 양반 등 모두 12개의 한국어가 수록됐다. 한국의 문화와 생활 양식을 보여주는 말들이다. 하지만 기모노, 망가, 스모, 스시, 사무라이 등 300개 넘게 등재된 일본어나 그에 버금가는 중국어와 비교하면 너무 적다. 한국 문화가 그만큼 널리 알려지지 못한 때문일 것이다.

새마을운동이 아프리카의 빈곤을 몰아내기 위한 유엔 사업으로 펼쳐진다고 한다. 4일에는 유엔본부에서 반기문 사무총장이 참석한 가운데 경상북도와 한국국제협력단·유엔세계관광기구 스텝재단 등이 빈곤 추방 운동을 펼치고 있는 국제 단체인 밀레니엄프로미스와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로써 ‘근면·자조·협동’의 새마을 정신이 중국, 베트남 등 아시아에 이어 탄자니아 중부와 우간다 남서부 등 아프리카에까지 전해지게 됐다. 한국의 ‘새마을(saemaeul)’운동이 지구촌의 빈곤과 질병을 퇴치하고 더불어 잘사는 사회를 만들면서 세계 범용어가 되어 영어 사전에도 등재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황성규 /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