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 미국대선으로 조지 W 부시대통령체제가 사실상 퇴장국면으로 접어듦에 따라 미국 차기행정부의 한반도 정책에 관심이 쏠리고있다.

공화당의 존 매케인 후보가 당선될 경우 부시 대통령이 지난 8년간 견지해온 동맹 및 아시아 중시라는 전통적 공화당의 대외정책기조가 유지되겠지만 민주당 정부로 교체될 경우 이같은 대외기조는 국제협력 및 유럽 중시쪽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특히 오바마 후보는 대선과정에서 대북직접협상을 공개적으로 강조해 민주당 정부가 들어설 경우 기존 대북관계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 한미동맹과 한미관계 = 정부당국자들과 외교안보전문가들은 차기 미국행정부가 어느쪽으로 결정되더라도 한미동맹이나 한미관계에서는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미동맹의 중요성은 빌 클린턴 민주당 행정부때부터 중시됐고, 부시행정부때 주한미군 재배치나 전시작전권 전환 협상 등이 마무리되어 양국간에 갈등이 될 만한 현안이 없다는 게 주요한 이유다.

오바마 후보와 매케인 후보는 모두 유세과정에서 한미동맹과 한미관계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해왔다. 매케인 후보 진영의 참모들은 한·미 양국관계가 함께 피를 흘린 혈맹이라는 인식이 강한 반면, 오바마 후보 진영에서는 동맹유지에 대한 한국부담의 확대쪽에 관심을 두어온 게 차이라면 차이다.

다만 오바마 후보의 경우 “과거 군사동맹에 의존했던 한미동맹관계를 현재 우리가 공유하고 있는 가치들과 강력한 상호이익의 토대위에서 세워져야 한다”고 밝혀 한미동맹에 대한 부분적 재조정의 필요성을 시사한 바 있다. 따라서 공화당정부에 비해 동맹유지에 대한 공평분담원칙을 중시하는 민주당정부가 들어설 경우 주한미군방위비 분담협상 등에 있어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 6자회담과 북·미관계 = 오바마 후보와 매케인 후보는 한미동맹에 대해선 비슷한 시각을 견지하지만 북한문제, 북핵문제에 대해선 날카로운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매케인 후보는 부시 대통령처럼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며, 북한체제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드러내왔다.

특히 부시행정부의 대북테러지원국 해제조치나 6자회담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이 때문에 매케인 후보가 당선될 경우 6자회담은 상당한 시련기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고 북·미갈등도 깊어질 가능성이 높다.

오바마 후보는 6자회담이 부시 행정부에서 진행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핵불능화와 미국의 대북테러지원국 해제에 대해서도 지지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북한인권문제에 대해선 강경한 입장이다.

오바마 후보는 특히 “지난 수년간 한미관계가 표류한 핵심에는 무엇보다 대북정책을 둘러싼 양국간 접근방식의 차이가 있었다”고 언급, 집권할 경우 한·미간 대북시각차를 조정할 방침임을 시사한 바 있다.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미국대사는 4일 서울 중구 태평로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한미협회 (회장 한승주) 주최 만찬 연설에서 “대선후 새 행정부가 들어서도 한·미간에 우방 관계가 지속될 수 있도록 준비를 해달라는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의 지시가 있었다”고 밝혀 한·미 당국이 대선 이후 준비작업에 돌입했음을 시사했다.

외교부관계자는 “정부차원의 외교는 행정부가 바뀐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고 전제하면서도 “오바마 후보가 될 경우 현재 북·미 직접 협상 시도가 늘어나겠지만 한미관계가 과거에 비해 훨씬 긴밀해진 만큼 이것이 통미봉남식 구도로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숙기자 muse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