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미국 표심이 폭발했다. 지난 두 차례 대선에서 투·개표 잡음으로 민주주의 국가로서의 체면을 크게 손상당한 미국이 이번 대선에서는 역대 최고 투표율 기록에 도전하며 구겨진 자존심 회복에 나섰다. 흑인 유권자들은 사상 첫 흑인 대통령 탄생을 염원하며 기쁨과 회한이 범벅된 눈물을 흘렸고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와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캠프는 마지막 한표라도 더 건지기 위해 유권자들의 투표참여를 독려했다. 1930년대 이후 불어닥친 최악의 경제에 움츠러진 미국 사회가 이번 대선을 계기로 재도약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상 최고 투표율 기록할 듯 = 투표일 전날까지 실시된 조기투표에서 3000만명가량의 유권자가 이미 투표를 마친 데 이어 4일 투표장에는 1억~1억2000만명의 유권자가 나올 것으로 추산된다. 역대 최고의 투표율은 민주당 존 F 케네디와 공화당 리처드 닉슨 후보가 맞붙었던 1960년 대선 당시의 62.8%다. TV토론이 처음 도입된 데다 혜성처럼 등장한 케네디가 젊은 유권자들을 대거 투표장으로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이후 투표율이 60%를 상회한 선거는 린든 존슨(민주)과 배리 골드워터(공화)가 격돌한 1964년의 61.9%, 닉슨(공화)과 휴버트 험프리(민주)가 대결한 1968년의 60.8%였다.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민주당 존 케리 후보가 대결한 2004년 대선 투표율은 56.7%였다. 역대 최저 투표율은 빌 클린턴(민주)과 밥 돌(공화)이 맞붙은 1996년 대선으로 49.1%였다.

AFP통신에 따르면 특히 플로리다와 미주리, 오하이오, 버지니아 등 일부 경합주에서 유권자들이 투표장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지난 1904년부터 지금까지 딱 한 번의 예외를 제외하고는 늘 대선승리자에게 표를 몰아줬던 미주리는 역대 최고였던 1992년 대선 투표율 78%를 넘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버지니아주 역시 4일 오전 10시 현재 등록유권자의 40%가 투표를 마치는 등 아침부터 투표장이 붐비고 있다. 노스캐롤라이나 역시 1984년 대선당시 기록인 투표율 69%가 깨질 것으로 보인다.

◆흑인들 “역사적인 날” = AFP에 따르면 미국 흑인사회는 이날을 ‘역사적인 날’로 규정하며 흥분과 설렘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올넷 우튼(86)은 워싱턴 중심가의 투표소로 향하면서 “생전에 이같은 모습을 볼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병원직원인 앨리스 하예스도 “8년 전만 해도 흑인이 대선의 유력후보가 되는 것은 물론 대선 출마조차 상상하지 못했다”며 “잠을 이룰 수 없었다”고 말했다. 히스패닉계 유권자들도 여론조사에서 오바마에게 80% 가까운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다. 로이터·조그비가 최근 1016명의 라틴계 유권자를 상대로 공동 설문을 벌여 4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라틴계 유권자 78%는 오바마를, 13%는 매케인을 각각 지지한다고 밝혔다.

양성욱기자 feelgood@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