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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수많은 배우 중에서 의외로 자기 색깔이 분명한 사람을 찾기란 쉽지 않다. 일반 대중을 살펴봐도 마찬가지다. 각자 개성을 살려가며 살기에 세상살이가 만만치 않기 때문일까? 자기색깔을 분명히 하다 보면 이득이 되기보다는 해가 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예들을 일일이 열거하지 않더라도 사회인으로 살아가는 우리가 충분히 공감할 만한 사례는 당장 신문이나 뉴스에서 쉽게 볼 수가 있다.

자기 색깔이 분명하다는 것은 사실 나쁜 것이 아닌데도, 그 분명함은 이상하게 현대인에게는 자칫 고집스러워 보이고 이기적으로 비쳐지는 것 같다. 그래서 연예인들은 본의 아니게 잘난 척해 보여서 ‘안티’가 많아지고 무책임하고도 잔인한 비난을 당하기 쉽다.

그래서 그런지 사회는 점차 색깔이 불분명한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 같고 심지어는 카멜레온처럼 변신에 능한 사람들이 성공의 열쇠를 쥐게 되는 것 같다. 안타깝게도 문화를 비롯한 정치 사회의 현장 곳곳에서 그런 성공사례(?)들을 찾는 게 어렵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런 환경에서 배우 지진희는 독특하게도 자기 색깔이 분명한데도 불구하고 안정적이고 성공적인 배우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몇 안 되는 배우 중 한 명이다. 아무래도 그의 이미지가 착하고 부드럽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도 일관되게 그만의 스타일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나 싶다.

자기 색깔이 분명하다는 것은 모든 장르를 통틀어서 예술인들에게는 생명과도 같은 것이다. 대중들의 기호에 예민하게 반응하여 그때그때 시류를 타려 마구잡이 스타일들을 보여주다 보면 그의 존재감은 점점 작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연예인들은 더더욱 스타일이 불분명한 경우 여러 개의 색깔이 서로 혼돈되고 그래서 대중들의 머릿속에서 조각난 파편처럼 금방 사라지게 될 것이다. 지진희처럼 분명한 스타일을 가지고 활동하는 배우만이 결국 그 개성을 분신 삼아 확실한 모양으로 존재감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물론 연기를 통해서도 가능하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간 본연의 느낌과 색깔이다. 대중의 마음속에 오래 남을 수 있는 것은 좋은 배역이나 연기를 통해서라기보다는 배우 자신의 일관된 인간적인 모습 때문일 것이다.

자주 만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일년에 한번쯤은 꼭 보게 되는 지진희를 얼마 전에 다시 조우했는데 그에게서 느끼고 기억할 수 있었던 인간적 매력은 지난 몇 년 사이에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늘 차분하고 따뜻하며, 남을 배려하는 섬세한 이미지까지…. 촬영장의 그 들뜬 분위기도 그가 나타나면 항상 자연스럽게 부드럽고 차분해진다. 그의 카리스마! 모든 소란을 압도하고도 남을 지진희의 카리스마는 다른 사람들의 그것과는 달리 한없이 따뜻하고 조용한 것이다. 나는 그런 지진희만의 스타일과 카리스마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iconstudio@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