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지수 1000선이 붕괴됐던 지난 24일 오후 시중은행 프라이빗 뱅커(PB)들에게는 공황(패닉)상태에 빠진 펀드 투자자들로부터 수십통의 전화문의가 쏟아졌다. 27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결정으로 시장이 다소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반등 시점을 묻던 투자자들은 이제 펀드 파산가능성에 대해 염려하고 있고, 일극에선 펀드런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는 게 PB들이 전하는 시장 분위기다.

PB들은 “상당수 투자자들이 우리경제의 기초체력여건(펀더멘털)은 양호하지만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됐다고 생각한다”면서 “정부에서 투자심리를 안정시킬 수 있는 일관된 정책을 발빠르게 내놨으면 좋겠다는 하소연이 줄을 잇는다”고 말했다.

김인응 우리은행 투체어스 강남센터 PB팀장은 “체감온도가 영하 50도인 상황”이라며 “투자자 중 5~10%는 손절매를 시작했고, 펀드 손실률 대신 펀드파산 가능성을 묻는 투자자들이 많아 이들을 달래기에 바쁘다”고 전했다.

한달 전만 해도 부분 손절매를 권하던 강우신 기업은행 분당파크뷰 PB팀장은 “환매냐 보유냐에 대한 판단이 서지 않는 상황이지만 이미 반쯤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많아 기다리자고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팀장은 “시장이 워낙 불안하다보니 해외에 나가있는 투자자들로부터 은행에 맡겨둔 3~6개월짜리 단기예금은 안전한지 묻는 전화도 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양재진 하나은행 대치동 골드클럽 PB팀장은 “호재에 대한 기대보다 악재에 대한 불안이 더 커서 신규 매수는 없고 반등을 기다리던 투자자들도 서서히 환매로 방향을 틀고 있다”고 말했다. 신동일 국민은행 압구정 PB센터 팀장은 “며칠새 5%안팎의 투자자들이 환매에 나섰다”며 “한치 앞을 바라보기 어려운 상황이고 이런 때 움직이는 게 더 위험하다고 판단해 냉정히 버티길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PB들은 손절매는 이미 때가 늦었다고 판단해 펀드보유를 권하고 있지만 주식시장에 대해 그리 낙관적으로 전망하고 있지는 않다. 4명의 PB들은 올연말까지 코스피 지수 범위를 700~1100선까지 예상하고 있다. 때문에 펀드보다는 채권이나 정기예금, 현금보유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있다.

박수진기자 sujininv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