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27일 임시 금통위를 긴급 소집해 사상 최초로 0.75%포인트 기준금리 인하 및 유동성 추가확대 조치를 내놓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를 완전히 극복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많은 추가 조치들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미국처럼 금리 수준이 매우 낮지도 않고, 주택담보대출 부실 등도 현재화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통화금융당국이 추가로 내놓을 수 있는 ‘카드’는 매우 많은 편이다.

◆ 추가 금리인하 및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에 대한 추가 자금 공급 = 당장 오는 11월7일 정기 금통위에서 우리나라의 기준금리가 0.25~0.50%포인트 추가 인하될 것이 확실시된다. 이럴 경우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는 지난 9일 0.25%포인트, 27일 0.75%포인트에 이어 한달도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기준금리가 무려 1%포인트 이상 낮아지게 된다.

한은은 또 향후 국내 주가가 폭락할 경우 ‘펀드런(펀드자금 인출사태)’가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증권사 및 자산운용사에 대한 추가 자금 공급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 한은 관계자는 지난 24일 2조원 규모의 자금을 증권사 및 자산운용사에 긴급 수혈하면서 “필요할 경우 추가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 은행 원화유동성 비율 완화 등 감독규정과 수수료율 인하 = 은행의 원화유동성 비율도 조만간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은행의 원화유동성 비율은 ‘만기 3개월 이내 자산을 만기 3개월 이내 부채로 나눈 값을 100% 이상 유지’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에 대해 은행권에서는 3개월 기준을 1개월 기준으로 낮춰주거나, 3개월 기준을 유지할 경우 85% 이상으로 완화해달라고 금융감독당국에 요청한 상태다.

금융당국은 또 펀드 수수료율 조기 이하를 은행과 증권 등 펀드 판매사와 자산운용사가 자율 결의를 통해 결정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이와는 별도로 현행 5000만원인 예금보호한도의 원리금 보장 한도를 현행 5000만원에서 상향조정하는 방안도 검토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뱅크런(은행 예금에 대한 인출 사태)’이 발생한 미국과는 달리 은행 예금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는 금융소비자들은 거의 없기 때문에 이 조치는 극단적인 경우에나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영민 기은SG자산운용 이사는 “금통위가 2001년 ‘9·11 테러’ 발생 이후 최초로 임시 금통위를 소집해 기준금리를 사상 최초로 0.75%포인트나 인하하고 유동성 확대방안까지 함께 내놓은 것은 현 상황을 얼마나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며 “이에 따라 앞으로도 금융시장이 불안정하게 움직일 경우 강력한 추가 대책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조해동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