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27일 임시 금통위를 긴급 소집해 현재 5.00%인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전격 인하하고, 추가 유동성 공급 확대 조치를 밝힌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발권력(화폐를 찍어낼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중앙은행이 ‘최전선’에 서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금통위가 0.25~0.50%포인트를 예상했던 시장의 전망을 훌쩍 넘어선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하 등을 포함한 ‘초강수’를 꺼내들면서 그동안 주가 대폭락, 환율 급등(원화가치 하락), 채권금리 급등(채권값 하락) 등으로 위기 상태에 몰렸던 금융시장도 급속도로 안정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한은은 “향후 추가 조치가 필요할 경우 선제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혀 금융시장의 불안이 지속될 경우 강력한 추가 대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 사상 최초 0.75%포인트 금리인하 배경 = 금통위가 이날 임시 긴급 금통위를 소집해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하한 것은 사상 최초다. 임시 긴급 금통위 소집 자체가 2001년 10월 ‘9·11 테러’ 이후 처음이며, 금통위가 한꺼번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나 인하한 것은 한은 역사상 처음이다. 한은이 글로벌 금융위기로 촉발된 현재의 위기 상황을 얼마나 심각하게 보고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날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파격적으로 0.75%포인트나 인하한 것은 경제가 예상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그동안 각종 대책에도 불구하고 국내 금융시장의 혼돈이 갈수록 심해지고, 실물경제도 흔들릴 조짐이 보이자 ‘강력한 충격요법’이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최근 주택담보대출 금리 등 가계대출과 중소기업 대출 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양도성 예금증서(CD) 금리가 급등하면서 부동산 가격 하락, 건설사 도산, 가계 부실 등으로 이어질 경우 한국 경제의 실제로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는 긴박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 금융시장 안정 등 기대 = 이날 금통위의 조치로 주식시장, 외환시장, 채권시장 등은 급속도로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기대된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금융연구실장은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내리는 동시에 유동성 확대 조치까지 함께 내놓음으로써 이번 조치는 금융시장의 심리 악화를 막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무엇보다 가계, 중소기업 등의 금리부담을 줄이는 직접적인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인하조치로 기업들의 투자 심리를 개선시키는 효과도 기대된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극심한 신용경색을 겪고 있는 데다 이자 부담 증가로 꽁꽁 얼어붙은 기업들의 투자 분위기를 호전시키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이번 조치만으로 글로벌 금융위기를 완전히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현재의 금융위기가 국내에서 출발된 것이 아니라 미국 등 국제금융시장에서 촉발된 것이기 때문이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이번 금통위의 조치는 금융시장 불안에 대해 중앙은행인 한은이 선제적으로 초강력 대응을 내놓은 것으로 해석된다”며 “금융시장 안정에 상당히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되며, 국제금융시장의 상황에 따라 적절한 추가 대책을 내놓을 필요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해동·임대환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