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사진) 대통령은 27일 세계 금융위기와 관련, “정부는 시장이 불안에서 벗어날 때까지 선제적이고 충분하며 확실하게 유동성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단언컨대 지금 한국에 외환위기는 없다”며 “문제는 오히려 심리적인 것으로 실제 이상으로 상황에 과잉반응하고 공포심에 휩싸이는 것이야말로 경계해야 할 가장 무서운 적”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2009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영계획안에 대한 정부의 시정연설’에서 “무역의존도가 매우 높은 우리가 더 걱정하는 것은 세계금융위기가 실물경제의 침체로 파급되는 것”이라며 정부의 종합적인 대책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금융위기를 헤쳐나갈 방안으로 재정확대 정책과 감세를 제시한 뒤 “정부는 예산지출을 과감하게 확대하고 수출증가 둔화에 대응해 내수를 활성화하는 선제적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며 사회간접자본 투자 확대, 중소기업과 서비스산업 지원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또 “감세는 경기 진작의 일환으로 영국,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등 선진국은 물론이고 중국과 홍콩, 말레이시아 등 신흥국들도 세금을 내렸다”며 “내년에 13조원 수준의 감세를 통해 가처분 소득을 늘리고 투자를 촉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국회도 내수 활성화를 위한 적극적 재정정책 기조에 따라 예산심의 과정에서 세출을 늘려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힌 뒤 금융위기 탈출과 개혁법안 처리를 위한 ‘비상국회’ 운영을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몸 부풀리기에 급급한 일부 금융권의 행태도 문제지만, 그렇다고 위험회피만을 위한 전당포식 금융관행에 안주해서도 안된다”면서 “경제규모에 비해 경쟁력이 뒤떨어진 금융산업을 방치할 수 없다”고 강조하고 진입장벽 낮추기와 금융기관간 경계 허물기, 신용평가기능 및 자산 건전성에 대한 감독 강화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규제개혁에 대해 이 대통령은 “경쟁 촉진과 민간 창의를 북돋우는 규제개혁은 흔들림없이 추진할 것이나 국민의 안전과 건강, 금융위험관리와 사후감독에 관한 규제는 보강해 나가겠다”며 “국민정서를 빌미로 아직도 성역으로 남아 있는 덩어리 규제를 과감하게 풀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상협·심은정기자 jupit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