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역사NGO 세계대회’가 다음달 8일부터 12일까지 닷새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다.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로 열리는 ‘역사NGO 세계대회’는 ‘역사 갈등’이라는 이슈를 놓고 세계 시민사회가 한자리에 모여 해결책을 모색하는 행사. 이 같은 취지로 열리는 대회는 세계에서 처음이자 유일한 사례다.

동북아역사재단(이사장 김용덕)과 ‘역사NGO 세계대회 조직위원회(위원장 박원철)’가 공동 주최하는 올해 대회의 주제는 ‘동아시아 역사 화해를 위한 세계시민사회의 역할’. 지난해에 이어 ‘역사의 매듭, 평화로운 미래’라는 슬로건 아래 한·중·일을 비롯한 20개국 300여명의 전문가와 활동가들이 모여서 역사문제에 관한 시민사회의 역할에 대해 폭넓은 논의를 펼칠 예정이다.

지난해의 경우 21개국에서 참가한 89개의 단체 및 200여명의 비정부기구(NGO) 관계자와 전문가, 5000여명의 청소년·시민들이 참여해 활발한 논의를 펼쳤다.

올해 대회의 주제는 ▲패권적 군국주의, 배타적 민족주의, 팽창주의 극복 ▲인간 중심의 전쟁 기억과 역사 인식 ▲평화교육과 역사교육의 통합을 통한 역사 화해 추구 등 크게 3가지로 세분화된다. 한마디로 역사 기억을 둘러싼 오해와 갈등에 대해 시민사회가 국제적 협력을 모색하고 대안을 추구해보겠다는 취지다. 이 같은 접근법은 ‘일국사’의 편협한 집착과는 다른 새로운 접근을 필요로 한다.

주최측은 “이번 대회는 다양한 영역의 세계 NGO들의 연대의 장을 마련할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역사 화해를 위한 시민사회의 역할을 모색하는 매우 뜻 깊은 자리”라며 “특히 개막 심포지엄은 현재 동아시아 국가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들을 점검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해법을 찾아보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9일 열리는 개막심포지엄에선 공동대회장을 맡고 있는 아라이 신이치(荒井信一) 일본 스루가다이(駿河臺)대 명예교수가 ‘동아시아 역사 화해를 위한 세계시민사회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기조강연한다. 이어 왕시량(王希亮)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 사회과학원 교수의 ‘역사 기억을 통한 미래세대 교육’, 존 W 맥도널드 미국 멀티트랙 외교연구소 대표의 ‘영토 영해 갈등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의 역할’, 균터 자토호프 독일 ‘기억, 책임 미래재단’ 사무총장의 ‘국가, 기업 및 시민사회의 역사적 책임’, 가오진 쑤메이(高金素梅) 대만 입법위원의 ‘대만 원주민 여성으로서 전쟁의 기억과 역사인식’ 등이 발표된다.

심포지엄 참석자 중 리안(李安) 감독의 영화 ‘결혼피로연’ 등으로 널리 알려진 영화배우 출신의 대만 입법위원 가오진 쑤메이가 특히 눈길을 끈다. 그는 아시아·태평양 전쟁에서 대만의 원주민들이 겪었던 전쟁의 참혹한 참상과 야스쿠니(靖國) 신사에 합사돼 전쟁 영웅으로 대접받고 있는 대만 원주민들의 합사를 취하하려는 그간의 활동들을 영상과 함께 소개하는 활동을 해왔다.

이날 주제별로 열리는 심포지엄은 모두 6개. 우선, ‘역사교육과 평화교육의 통합을 통한 역사 화해 추구’라는 주제로 ‘아시아 평화와 역사교육연대’가 주관하는 심포지엄은 세계대회를 통해서 교사들이 현장에서 균형감 있게 평화교육을 할 수 있도록 제언하고, 한·중·일 역사교사들이 함께 역사현장을 답사하고 토론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할 수 있는 가능성을 검토한다. 또 야스쿠니반대공동행동 한국위원회가 주관하는 제2심포지엄에선 ‘인간 중심의 전쟁 기억과 역사 인식’이라는 주제 아래 한국·대만·일본 및 오키나와(沖繩) 4개 지역에서 전개되고 있는 야스쿠니반대공동행동 사업의 성과를 공유하고 야스쿠니신사 문제의 쟁점을 정리, 국제 캠페인을 위한 해외 네트워크 구축 방안을 모색한다.

외국인이주 노동운동협의회가 주관하는 ‘글로벌시대 대표되지 않는 사람들의 역사 다시쓰기’ 심포지엄에선 다양한 외국인 이주민이 존재하는 한국사회에서 서로의 이해와 존중을 통해 함께 살아가는 다문화 공생의 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논의한다.

‘영토문제와 국제분쟁에 대한 NGO 활동 사례’를 주제로 동아시아 갈등 해결 국제연대가 주관하는 심포지엄에선 아시아 지역, 특히 동북아와 동남아 지역의 영토문제와 국제분쟁의 현황을 알아보고, 평화적 해결 사례를 통하여 영토문제와 국제분쟁에서 NGO들의 참여와 기여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펼쳐진다. 이밖에도 아시안 브리지가 주관하는 ‘국가폭력과 지역분쟁에 대한 시민사회적 고찰’ 심포지엄, 청년 평화포럼 등이 열릴 예정이다.

워크숍과 세미나도 다양하게 개최된다. 모두 19개 분과에 걸쳐 열리는 워크숍 및 세미나에선 ‘한·중·일 역사교과 교류를 위한 제언’과 동아시아 대학생 역사체험 발표대회, 사할린 한인 역사 복원을 위한 워크숍, 한·일 원폭피해자 증언대회 등 다양한 행사가 펼쳐진다.

아울러 ‘역사와 평화 필름 페스티벌’, ‘학교 현장을 찾아가는 역사교육’, ‘NGO활동 전시관’ ‘한·중·일 대학생 평화 미션 체험’ 등 다채로운 부대행사도 곁들여질 계획이다.

김영번기자 zero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