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항도’ 부산을 대표하는 원로 소설가이자 향토사학자인 최해군(82)씨는 부산 연제구 거제동의 한 아파트에 살고 있다. 30평 남짓한 아파트에서 최씨는 치매를 앓고 있는 부인 김기분(80) 여사를 돌보며 지내고 있다. 최씨는 개인 가정사만 놓고 볼 때 불우한 상태에 처해 있다. 부인의 몸 상태도 좋지 않지만 어려서부터 뇌성마비를 앓아온 막내딸은 50세를 넘기며 뇌졸중으로 쓰러져 아예 병원 신세를 지고 있다. 그들을 보살피는 것이 모두 최씨의 몫이다. 그러나 최씨의 표정은 어둡지 않다. 살짝 홍조마저 띠고 있는 얼굴은 밝고 편안해 보인다. 잔주름도 많지 않고 몸의 움직임도 자연스럽다.

병치레 중인 가족들을 생각해볼 때 그나마 그가 건강한 것이 다행스러운 일인지 모른다. 최씨는 지난 40여년간 ‘부산포’를 비롯한 130여편의 장·단편소설을 발표하면서 부산 문단을 이끌어왔다. 그는 지난 2005년에도 분단의 아픔을 두 실향민 노인의 삶을 통해 담아낸 단편 ‘내가 살던 고향은’을 발표, 노익장을 과시했다. 이외에도 최씨는 다수의 향토사료집을 발간하고 ‘부산의 뿌리를 찾아서’라는 고적답사 활동으로 향토사학 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

그러나 최근 모든 공직에서 물러나 집에 칩거하고 있다. “후배들에게 다 물려주었죠. 그래도 그럭저럭 바쁘게 지내고 있어요. 얼마 전 양산에 세워지고 있는 항일운동기념탑 탑비에 쓰일 원고를 청탁받아 보내줬고, 부산예총에서 부탁한 200자 원고지 150매 분량의 ‘부산 문단사’ 원고도 탈고했죠. 그리고 부산광역시청에서 발간하는 격월간지 ‘부산이야기’에도 글을 연재하고 있어요.”

팔순을 넘긴 나이에 가족들의 병수발까지 하면서 글은 계속 정력적으로 쓰고 있다는 얘기다. “건강을 얘기하면 이렇습니다. 교단을 떠나기 전만 해도(1989년 부산 충렬고 국어교사를 마지막으로 명예퇴직) 전혀 건강에 신경을 안 썼어요. 소설 소재를 구하기 위해 현장을 취재하고, 밤새워 글 쓰고, 방송에 나가고 바쁘게 지냈죠. 특히 제 소설들이 ‘부산 향토사’를 소재로 다룬 게 많아 관련 방송 출연 섭외가 많았죠. 그런데 학교를 그만두고 규칙적으로 출퇴근을 하던 생활에 변화가 생기며 서서히 몸에 이상이 오는 것 같더라고요. 소화도 잘 안 되고, 혈압에도 문제가 나타났어요.”

최씨가 걷기 운동에 관심을 가진 것도 이 무렵부터다. “주변에서 평지를 걷는 것이 제일 좋은 운동이라고 입을 모아 말해줬습니다. 등산은 무리가 된다고 해요. 그래서 아파트 단지를 한두 시간씩 걷기 시작하자, 속쓰림 현상도 저절로 사라지더군요.”

최씨는 가끔 후배 문인들의 모임에 나가는 것 외에 사회 활동은 더 이상 안하고 있다. 그럼에도 최씨는 친구들이 하나 둘 곁을 떠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노령에 찾아오기 마련인 건강 때문이다. “건강 때문에 지나치게 염려하며 살 필요는 없어요. 단 너무 심신을 낭비하며 살면 안 되죠. 술만 해도 그래요. 저도 술을 무척 좋아했어요. 요즘은 절제하고 있지만요. 술도 과하면 혈압 이상과 당뇨병을 불러오죠. 주변을 둘러보면 또래의 벗들이 많이 세상을 떴어요. 즐거움을 먼저 누린 만큼 먼저 가는 것 같아요.”

건강비결 새벽엔 맨손체조… 오후 1시간 평지산책

원로 소설가 최해군(82)씨는 오전 5시30분쯤 잠자리에서 일어나면 먼저 아파트 거실의 창문부터 연다. 일과가 된 ‘아침 운동’을 하기 위해서다. 최씨의 아침 운동에는 순서가 있다. 먼저 맨손체조로 몸을 푼 후 발과 관절, 허리 부위를 직접 손으로 만지며 마사지를 한다. 그 다음 누워서 손과 발을 들어 올린 후 가볍게 흔들어주는 동작을 한다. 마무리는 단전호흡.

“특별히 따로 배운 운동이 아니에요. 여기저기서 몸에 좋다고 들은 후 따라하다보니 습관이 됐죠. 맨손체조는 교단에 있을 때 익힌 것이고요. 가벼운 운동이지만 그래도 약 1시간 정도 걸리고 땀도 많이 흘립니다.” 아침 운동과 함께 최씨의 건강을 지켜주고 있는 것은 오후의 걷기 운동. 아파트 단지를 따라 1시간 정도 산책을 한다. 약 3㎞를 걷는다. 한편 최씨는 최근 혈압 이상 진단을 받은 후 ‘절식’을 해 체중을 4㎏ 줄였다. 요즘 체중은 75㎏.

약력

▲1926년 부산 기장 출생 ▲진주농업학교(44년) ▲경남대(5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희곡 ‘종막’·부산일보 장편소설 ‘사랑의 폐허에서’ 당선(6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단편 ‘실향기’ 가작(64년) ▲한국문인협회 부산지부 부지부장(73년) ▲부산소설가협회 회장(82년) ▲부산문학가연합회 회장(87년) ▲부산을 가꾸는 모임 회장(93년) ▲부산시민운동단체협의회 대표(97년) ▲한국소설가협회 최고위원(2004년) ▲국민훈장 동백장(90년)·올해의 자랑스런 부산시민상 대상(2006년)

이경택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