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식별법이라는 것이 있었다. 전교조 조합원인 것이 ‘죄’였던 시절, 교단에서 추방되지 않기 위해 그 신분을 숨겨야 했던 시절의 구분법이다. 촌지를 거부하는 선생님, 아이들에게 매우 자상하여 인기가 많은 선생님은 십중팔구 전교조 소속이었다고 했다. 참으로 영예로운 말이었다. 그 영예로운 식별법이 회자되고 두 번의 강산이 변했다. 그런데 이제 더 이상 그런 영예는 전교조에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교육을 망친 장본인으로 지목되기 시작했다. 지난 서울시교육감 선거는 이 같은 전교조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전교조의 불법 선거 개입이 드러나고 그것이 시민들에게 알려지자 학부모들에게 비상이 걸렸다. ‘이명박 정부 심판’이라는 구도가 압도하리라던 선거 국면이 전교조 후보 대 반전교조 후보의 대립 구도로 펼쳐졌다. 결과는 공정택 교육감의 승리. 촛불의 파도를 타고 1만350명의 전교조 서울지부 조합원들의 헌신적(?) 선거운동을 받으며 민주노총, 민노당, 심지어 민주당 지지세력의 지원까지 등에 업은 전교조 후보는 역설적이게도 그가 전교조 후보라고 알려짐으로써 침몰해야 했다.

도대체 그 세월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가.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일반 학부모들이 투표장으로 찾아가 전교조 측이 지지한 교육감 후보의 당선을 좌절케 했는가. 학부모들의 탓은 결코 아니다. 현재 초·중학생 학부모의 대다수는 이른바 386세대이며 빠른 이들은 고등학생 자녀를 두고 있기도 하다. 이 학부모들에게 전교조는 각별하다. 지금도 민주화의 고통을 함께한 동지적 감정까지 묻어나기 때문이다. 그 학부모들이 전교조로부터 등을 돌리고 있다. 지난 4월 기준 7개월 동안 3097명의 조합원이 줄어든 전교조도 황당스럽겠지만 그 같은 전교조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마음도 안쓰럽다.

민족·민주 교육이라는 참교육의 정체는 반(反)대한민국교육, 친(親)김정일교육, 반미교육임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대학교수도 학생들로부터 수업평가를 받고 그 결과 수업의 질이 향상돼 그 혜택을 학생이 받고 있음이 자명한데 교원평가를 반대한다며 연가투쟁을 벌였다. 학생이야 어떻게 되든 혼자 편하면 된다고 보일 수밖에 없는 일이다. 촌지를 거부하던 전교조 교사가 아니라 자기들 생각만 하는 이익집단으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전교조는 오는 10월로 예정된 전국 단위 학업성취도 평가를 반대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잠도 못자고 밥도 못 먹으며 시험공부를 해야 하니 학생에 대한 인권 탄압이라고 했다 한다. 학교에서 제대로 배우지 못해 늦은 밤 학원으로 내몰리는 학생들의 인권은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학생들의 휴식 시간을 수준 낮은 학교교육에 의해 빼앗기고 있다는 사실을 전교조만 모르는 게 아닌가.

전국적으로 시험을 보고 성적이 공개되면 성적이 뒤처진 학생들도 스트레스를 받겠지만 편안히 지내온 교사들은 설 자리가 없어진다. 뒤처진 학생에게 학원들처럼 열성을 쏟자는 사회적 요구를 받아들이는 방향에서 문제의 해법을 찾으면 된다. 아이들의 실력을 키워주려면 교사가 먼저 혁신해야 한다. 그 과정은 힘들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학생의 실력 향상으로 나타나고 존경심을 되돌려받게 되며 경제적 보상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학력 신장과 체력 증진은 본질적으로 같다. 자녀들의 학력과 체력 증진에 대한 관심 대신 편안함을 추구하는, 그러면서도 거창하게 ‘인권’을 들먹이는 전교조의 이기주의가 같은 세대 학부모들의 이반을 자초했다. 평등교육을 고집하며 교육 경쟁력을 발목잡는다면 학생들은 물론 학부모로부터도 외면 받을 수밖에 없음을 전교조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최홍재 / 자유교육연합 운영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