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원·달러) 환율이 폭등하면서 중산층과 서민층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물가는 상승하고, 해외에 유학하고 있는 자녀를 둔 가정이나 중소기업의 부담이 급격히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금융계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25일까지 거래일 기준으로 최근 3일간 29.6원이나 급등해 2004년11월17일(1081.4원) 이후 3년9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중산·서민층의 생활에 미치는 ‘후폭풍’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 오를 경우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는 0.08%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시장의 지배적인 전망처럼 원·달러 환율이 1100원선을 넘어설 경우 올해 우리나라 소비자물가의 상승 압력은 1%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올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7%대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되는 등 ‘살인적인 고물가’가 국제 유가 하락으로 다소 나아지는가 싶더니 환율 변수 때문에 ‘도로 아미타불’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외국에 유학중인 자녀를 둔 가정에서는 급등하는 환율 때문에 학자금과 생활비 부담이 급격히 늘 것으로 예상된다. 원·달러 환율 폭등(원화가치 하락)으로 원화를 미 달러화 등 세계 주요국 통화로 바꿔서 송금해야 하는 가정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통화옵션상품인 키코(KIKO·Knock In-Knock Out)에 가입한 중소기업도 환율 급등에 따라 환차손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원·달러 환율의 급등은 외환과 연계된 금리 파생상품을 통해 금리에도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서 25일 시장의 기준이 되는 금리인 3년 및 5년만기 국채 금리가 0.07%포인트 상승하는 등 시장 금리가 일제히 상승세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등의 기준이 되는 CD(양도성예금증서) 금리 상승으로 은행 빚이 있는 서민들의 ‘고통’도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영민 기은SG자산운용 이사는 “최근 글로벌 달러화의 강세 등을 고려해 외환 당국도 당분간 환율 상승세를 용인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환율 상승으로 수출 기업의 채산성은 다소 높아질 수 있겠지만, 물가 상승 등을 통해 중산·서민층 가계의 어려움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해동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