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원·달러) 환율이 1080원대로 급등한 26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외환딜러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모니터의 환율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 임정현기자

올 8월 들어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가치의 하락폭이 주요 통화 중에서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글로벌 달러 강세(달러화 가치 상승)로 전세계 통화가 대부분 약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경우 환율을 무리하게 억눌러온 내부 요인까지 가세하면서 하락폭이 확대됐다.

26일 한국은행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올 8월 들어 미 달러화에 대한 19개 주요국 통화의 환율을 파악한 결과, 원화의 평가절하율(가치하락률)은 6.59%를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말 달러당 1012.2원에서 올 8월25일 1078.9원으로 66.7원(6.59%) 상승했다.원화 가치의 하락률은 전 세계 주요 통화 중에서 호주 달러, 영국 파운드화에 이어 3번째로 높았다. 이달 들어 호주 달러와 영국 파운드화의 가치는 각각 8.54%, 6.99% 하락했다.

영국 파운드화, 호주 달러, 한국 원화에 이어 ▲유로 5.62% ▲덴마크 크로네 5.32% ▲스위스 프랑 4.98% ▲스웨덴 크로네 4.34% ▲노르웨이 크로네 4.23% ▲뉴질랜드 달러 3.67% ▲싱가포르 달러 3.21%씩 각각 평가절하(가치하락)됐다.

한은 관계자는 “올 8월 들어 원화를 포함한 아시아 통화들이 미 달러화에 대해 평가절하됐고 주요 통화 중에서는 영국 파운드화와 유로의 하락폭이 컸다”고 말했다.

올들어 원·달러 환율의 오름세는 외환위기 이후 가장 가파른 것으로 나타났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말 936.1원에서 8월25일 1078.90원으로 15.3% 상승했다. 지난해의 경우 같은 기간 929.8원에서 941.7원으로 1.3% 오르는데 그쳤다.

같은 기간을 비교할 때 외환위기를 맞은 1997년에는 환율이 6.6% 상승했으나 1998년에 23.3% 급락했다. 1999년(-0.9%)과 2000년(-2.1%), 2001년(1.3%)에는 안정된 흐름을 보였다. 그 뒤 2002년(-8.4%)을 시작으로 ▲2003년(-1.3%) ▲2004년(-3.0%) ▲2005년(-1.0%) ▲2006년(-4.9%)까지 하락세를 기록했다.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올들어 다른 통화에 비해 급상승한 것은 당국이 그동안 눌렀던 것에 대한 ‘반발 효과’가 크다는 것이 정설이다.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최근 미 달러화의 가치가 하락했는데도 원·달러 환율은 맹렬히 올라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이는 당국이 억지로 환율을 눌러놓은 데 따른 반발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해동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