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마드리드 국제공항에서 20일 스팬에어 소속 JK 5022편 여객기가 이륙 직후 추락해 153명이 사망했다고 정부가 공식 발표했다. 생존자는 19명이며, 이들 중 일부는 중태인 것으로 알려져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고는 지난 25년 동안 스페인에서 발생한 최악의 항공사고로 기록될 전망이다.

사고기는 이날 오후 2시45분 추락 후 곧바로 화염에 휩싸여 거의 전소됐으며 시신이 광범위한 지역에 흩어지는 등 사고현장은 참혹하기 이를데 없다고 스페인 일간지 엘 파이스 등 외신들은 보도했다. 이와 관련 구조대원들은 “무려 1㎞ 떨어진 땅이 불에 그을렸는가 하면 기체의 파편도 그 곳에서 발견됐고 항공기는 거의 불에 탔으며 동체가 대부분 파손됐다”고 전했다. 추락 사고가 발생하자 헬기와 50여대 이상의 앰뷸런스와 소방차 및 긴급 구호팀이 동원돼 구조 활동에 나섰으며 이 때문에 마드리드 공항은 한때 항공기 이착륙이 통제되기도 했다.

AP는 사망자들을 임시 시신보관소인 마드리드 컨벤션센터로 옮기기 위해 사고 현장에 검은색 장의차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고 전했다. 마드리드 컨벤션센터는 4년 전 191명의 목숨을 앗아간 열차테러사건 당시에도 유족들이 시신을 확인하기 위한 장소로 사용된 곳이다.

이번 사고는 여객기가 마드리드 공항을 이륙하자마자 여객기의 엔진에 불이 붙어 비상 착륙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일어났다. 그러나 엔진에서 화재가 발생한 정확한 이유는 아직까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스팬에어 측은 “이륙하기 전 기장이 여객기 바깥온도를 측정하는 게이지가 고장났다고 보고했고 그것을 고치느라 출발이 지연됐다”고 밝혔다. 사고 여객기의 기종은 미국 맥도넬 더글러스사가 1980년에 개발한 MD - 82 모델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여객기의 승객 162명은 대부분 서부 아프리카의 유명한 휴양지인 카나리 제도의 라스팔마스에서 여름 휴가를 보내려던 가족단위 피서객들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여객기에는 10명의 승무원도 탑승하고 있었고, 탑승객 중에는 두명의 아기와 20명의 젊은이들이 포함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외신들은 스팬에어측이 사망자들에 대한 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죽었는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휴가를 보내고 있던 호세 루이스 로드리게스 사파테로 스페인 총리도 사고 소식을 접하고 급거 사고 현장을 방문해 피해 상황을 확인 중이다.

스칸디나비아 항공(SAS)의 자회사로 1986년 창립된 스팬에어는 세계 최대 항공동맹체인 스타얼라이언스 회원사로 가입돼 있으며, 스페인에서는 이베리아 항공에 이어 두 번째로 규모가 큰 항공사다.

이현미기자 alway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