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올림픽 기간에 화물 트럭의 도심 진입 금지로 일자리를 잃은 베이징시 일부 마을 주민들이 개막일인 8일 출근하지 못한 채 집에서 지내고 있다.

“우리는 올림픽을 지지하는데 올림픽은 왜 우리를 못살게 만드는지….”

올림픽 개막식의 불꽃놀이 그늘에 가려져 이전보다 더 힘들게 살아가는 도시노동자들에게 올림픽은 악몽과도 같은 존재. 베이징(北京)시 정부가 지난달 20일부터 9월20일까지 공사 전면중단 지시로 이미 100만명에 달하는 농민공들이 고향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고향조차 갈 수 없는 농민공들은 도시 빈민층으로 전락하면서 하루 빨리 올림픽이 끝나기만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베이징시 차오양(朝陽)구 산거좡(善各庄). 올림픽 개막일인 이날 찌는듯한 무더위에 웃통을 벗어던진 30, 40대 남자들이 골목 입구에 모여 카드놀이와 마작 등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골목 어귀에 쭈그리고 앉아 연방 담배를 피워대며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대부분 ‘농민공’이라 불리는 농촌 출신 도시노동자들이다. 이들은 평소처럼 건축 공사장 등에 나가 잡일을 해야 하지만 올림픽을 위한 환경정화를 이유로 베이징시내 외부 건축 공사현장이 모두 중단되는 바람에 벌써 20일째 똑같은 일상을 반복하고 있다. 인근 라이광잉(來廣營)도매시장도 올림픽 직격탄을 맞은 곳. 과일과 채소, 해산물, 의류 등의 판매로 유명한 이곳 시장내 ‘먹자골목’은 최근 시장내 20~30개 식당 모두가 문을 닫아 어린이 놀이터로 변했다. 전병, 마라탕, 량피, 양꼬치 등 베이징 도심에서도 흔히 맛볼 수 있는 간식으로 시장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곳.

최근 베이징시의 식품 안전 기준 미달을 이유로 모두 폐쇄조치하면서 가게 주인들이 뿔뿔이 떠났다. 시장에서 만난 30대 주부는 “베이징올림픽도 좋지만 물가가 계속 오르는데다 여러가지 단속 등으로 인해 생활이 더 어려워졌다”며 “하루빨리 올림픽이 끝나기를 기다릴 뿐”이라고 말했다.

베이징 한인촌 왕징(望京)에서 5t 화물트럭으로 남부럽지 않게 생활해온 천(陳·41)모씨는 벌써 20일째 건자재 시장에서 심부름 등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20일부터 베이징시내 전지역에 화물트럭 운행을 금지하면서 하루아침에 일거리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천씨는 “베이징시가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도로교통, 지하철, 대기오염 등 모든 부문에서 눈부신 발전을 거듭 하고 있으며 올림픽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세계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도 갈수록 커질 것”이라며 “베이징 사람은 물론 모든 중국인들이 성공적인 올림픽을 바라지만 베이징올림픽은 왜 우리 같은 서민들을 외면하는지…”라고 말끝을 흐렸다.

베이징 = 한강우기자 hanga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