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올림픽조직위원회(BOCOG)가 남북한의 개막식 입장 순서를 놓고 혼선을 빚었다. 국가별 입장순서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관례상 개최국 언어의 자모 순서를 따르는 게 원칙. 이에 따라 2000년 시드니올림픽부터 지난해 창춘 동계아시안게임까지 아홉차례 이어졌던 공동입장이 무산된 남북한은 중국 간체자(簡體字)로 입장 순번이 정해졌다.

하지만 올림픽조직위원회가 남북이 차례로 들어오도록 한 것이 문제의 불씨가 됐다. 대한민국의 첫 글자인 대(大)자가 아닌 한국의 한(韓)자를 적용하고, 북한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조(朝)자를 그대로 따라 행진 차례가 참가국 중 176번째와 177번째가 된 것. IOC가 이라크의 출전을 허용하면서 참가국이 205개국으로 늘어 남북한 입장순서도 각각 177번째와 178번째로 늦춰졌지만 북한이 순차 입장에 반발하면서 일은 더욱 틀어졌다.

북한이 10·4공동선언 불이행 등을 이유로 순차 입장이 공동입장으로 비칠 수 있다며 순서를 바꿔달라고 몽니를 부린 탓이다. 조직위는 북한의 주장을 그대로 수용했고 왕웨이(王偉) 조직위 부위원장은 8일 오전 “한국이 먼저 들어온 뒤 2, 3개국을 사이에 두고 북한이 입장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조직위는 개막식 직전 배포한 자료에 남북 입장 순서를 177번째와 178번째로 그대로 표시했고 뒤늦게 177번째와 181번째로 정정하는 등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브루나이가 선수 2명을 등록하지 못함에 따라 참가국은 204개국으로 줄었고 결국 남북 선수단은 피지, 카메룬, 몬테네그로를 사이에 두고 서먹서먹한 분위기 속에 176번째와 180번째로 궈자티위창 그라운드에 들어섰다.

●…북한이 8년 만에 단독 입장하는 베이징올림픽에서 선수가 아닌 임원에게 깃발을 맡겼다. 북한은 8일 올림픽 개막식에서 180번째로 입장했고 기수로는 육상선수 출신인 방문일 조선체육지도위원회 부위원장이 나섰다. 방 부위원장은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때 북한 선수단 단장을 지낸 인물로 평양의 대표적 체육인이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처음으로 남북한이 동시입장을 한 이래 9개 국제대회에서 줄곧 남남북녀 또는 남녀북남 순으로 공동기수의 전통이 계속됐으나 이번에는 각각 입장했다.

●… 2008 베이징올림픽에 참가하는 세계 204개국의 선수단 입장식에서는 스포츠 스타 출신의 이색 기수에 다채로운 등장 방식과 복장이 단연 눈길을 끌었다.

8일 오후 10시10분쯤(한국시간) 개막행사에 이어 각국 선수단이 입장한 궈자티위창. 가장 먼저 트랙에 들어선 그리스를 시작으로 각 선수단의 활기찬 행진이 2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마지막 204번째로 등장한 주최국 중국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 이어 미국프로농구(NBA) 휴스턴 로키츠에서 뛰고 있는 ‘걸어다니는 만리장성’ 야오밍을 기수로 내보냈다.

●…각 선수단이 자국 국기만을 흔들며 평범하게 입장한 반면, 일본 선수단은 일제히 일장기와 오성홍기를 동시에 흔들며 중·일 관계 개선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일부 선수단은 개성 있는 복장으로 등장, 그 나라의 전통과 문화를 대변하면서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기도 했다. 대다수가 같은 색의 단복을 맞춰 입고 나온 가운데 말레이시아와 마셜군도, 부탄, 파푸아뉴기니, 카메룬 등은 각 나라의 특징을 살린 화려한 전통 복장을 입고 등장했다.

파라과이는 의상에 어울리는 독특한 모자를 쓰고, 인도는 자국 스타일의 스카프를 두르고 나와 분위기를 한층 돋웠으며 일부 특정 국가는 국가 수반의 사진을 들고 나오기도 했다. 또 흥에 겨운 일부 선수들은 뜨거운 관중 열기를 캠코더나 디지털카메라에 담는가 하면 ‘삼바 춤’으로 유명한 브라질과 정열의 나라 스페인 선수들은 음악에 맞춰 흥겹게 춤을 추면서 올림픽 참가에 대한 추억을 만들었다. 육상과 조정 선수 4명이 참가한 이라크가 입장하자 관중석에서는 유난히 큰 박수갈채가 쏟아지기도 했다.

●…중국이 100년을 기다린 2008 베이징올림픽이 성대한 막을 올린 8일 오후 베이징 시민들의 시선은 온통 개막식에 쏠렸다. 이에 따라 오후 8시 이후 베이징의 도로는 올림픽 주경기장 인근의 통제된 곳을 제외하고는 적막감이 감돌 정도로 한산했다. 시민들은 임시 공휴일인 이날 가족과 친구, 연인들과 함께 오전에는 톈안먼(天安門) 광장과 첸먼다제(前門大街) 등에서 크게 북적거렸으나 오후가 되면서 TV를 통해 역사적인 현장을 지켜보기 위해 서둘러 귀갓길에 올랐다.

이에 따라 톈안먼과 톈안먼 광장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창안제(長安街)는 저녁 내내 택시와 버스를 제외한 승용차가 크게 줄어 시민 대부분이 TV 앞에서 개막식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음을 짐작하게 했다. 개막식이 거행된 오후 8시부터 11시30분까지는 베이징 시내 대부분의 도로에서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차량이 줄어 텅 빈 도시를 연상케 했다. 한 한국식당의 중국인 여직원은 “오후 6시 이후 더 이상 영업을 하지 않는다”면서 “직원들이 모두 개막식을 보고 싶어하기 때문에 빨리 일을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가게 했다”고 말했다.

베이징 = 올림픽특별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