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베이징올림픽 여자 수구에 출전하는 아그네스(27)와 에르체베트 발카이(29)는 친자매다. 그런데 팀은 다르다. 아그네스는 헝가리, 에르체베트는 이탈리아 대표팀 소속으로 올림픽에 참가한다.

헝가리 출신으로 수구팀 감독인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운동을 시작한 이들은 4년 전 아테네 대회에서는 함께 헝가리 대표로 출전해 6위에 올랐다.

하지만 2년이 지나 언니 에르체베트가 2년 전 이탈리아 배구 선수와 결혼하면서 국적을 바꾸는 바람에 이번 올림픽에서는 서로 싸워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같은 조는 피했다. 8팀이 출전하는 여자 수구에서 헝가리가 A조에 속한 반면, 이탈리아는 B조에서 예선리그를 벌인다.

수구는 가장 격렬한 스포츠 가운데 하나. 물 밑에서는 다리로 상대를 수없이 때리며 거친 플레이를 서슴지 않는다. 에르체베트가 수비수인 반면 아그네스는 공격수여서 경기에서 이들이 맞붙는다면 자매끼리 상대를 때려야 하는 불상사가 나올 수도 있다.

에르체베트는 “얻어맞고 걷어차이고 때로는 수영복이 찢어지는 경우도 있다. 물속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도 심판은 알아채지 못한다. 비열함이 물 속 싸움을 지배한다”며 “나는 아그네스를 때릴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탈리아와 헝가리는 16일 4강전에서 만날 가능성도 있지만 이들 자매는 서로 맞붙는 시간이 21일 결승까지 늦춰지기를 바라고 있다. 이들은 “최대한 늦게 만나고 싶다. 결승에서 맞붙는다면 최상의 결과”라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