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 구 소련의 후신 독립국가연합 여자양궁 대표로 함께 출전한 나탈리아 발리바(39·이탈리아)와 카투나 로릭(34·미국)의 인생유전이 눈길을 끌고 있다. 발리바와 로릭이 힘을 합친 독립국가연합은 당시 단체전에서 한국, 중국에 이어 동메달을 가져갔다.

1989년 국가대표에 첫 선발된 발리바는 개인전에서도 조윤정(금), 김수녕(은)에 이어 3위를 차지하며 한국의 메달 싹쓸이를 저지했다. 당시 아르자니코바라는 이름을 쓰고 있던 로릭은 개인전 27위에 올랐다. 바르셀로나 올림픽 이후 독립국가연합이라는 틀마저 깨진 뒤 두 사람은 각각 고향을 찾아 발리바는 몰도바, 로릭은 그루지야로 향했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는 발리바가 개인전 12위, 로릭이 49위에 올랐다. 발리바는 1997년 결혼과 함께 이탈리아로 귀화했고, 2000년 시드니올림픽과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 이어 베이징올림픽에도 참가하면서 올림픽 5회 연속 출전 꿈을 이뤘다. 첫 아이에 이어 최근 쌍둥이를 낳고 세 아이의 엄마가 된 39세 노장 발리바는 윤옥희(23·예천군청)와 박성현(25·전북도청)에 이어 여자 세계랭킹 3위에 올라있어 한국의 메달 싹쓸이를 위협할 수 있는 강호로 꼽힌다.

로릭은 시드니올림픽에 그루지야 대표로 출전한 뒤 미국으로 건너갔다. 아테네올림픽에는 미국 시민권을 받지 못해 출전하지 못했고 베이징에서 옛 동료 발리바를 만났다. 둘 모두 세 번째 국가에서 싸우는 셈이지만 자신들의 인생유전을 슬퍼하기는 커녕‘그게 뭐 대수냐’는 식이다. 로릭은 “활을 쏘기엔 미국이 더 좋다”며 “경쟁 상대가 옛 동료든, 엄마든, 언니든 무슨 상관이냐”고 말했다.

베이징 = 올림픽특별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