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KBS 이사회(이사장 유재천)가 정연주 사장 해임제청안을 의결함에 따라 정 사장을 두고 오랫동안 끌어온 사회적 논란이 가닥을 잡게 됐다. 다음 주 중에 이명박 대통령은 정 사장에 대한 해임 결정을 내릴 방침이며, 검찰 역시 정 사장의 배임 혐의를 확정짓고 기소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KBS이사회는 오는 13일 이사회부터 차기 사장 추천을 위한 논의에 본격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정연주 사장 해임 의결 = KBS 이사회는 이날 2시간여에 걸친 임시이사회를 통해 정 사장 해임안을 표결로 의결했다. 이사회는 해임안 의결 직후 “KBS는 경영수지가 적자상태로 구조화돼 경영기반이 흔들리는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며 “또 KBS 조직은 (정 사장 퇴진 논란을 둘러싸고) 사분오열돼 갈수록 해체위기로 치닫고 있다”고 해임 사유를 밝혔다.

또 이사회는 ‘정 사장 해임안’을 통해 “정 사장은 2004~2007년 사이에 1172억원의 누적 사업손실을 내는 등 경영수지의 적자를 구조화시키고, 방만 경영과 편파방송 여론을 불식시키지 못하고 국민을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고 구체적 해임 사유를 지적했다.

해임안은 또 “팀제 개혁에 따른 부작용과 조직내부의 업무조정, 통제기능 상실 등 인사관리의 난맥상과 자의적 인사권 행사 사실이 드러났다”며 ▲탄핵방송 등 방송의 공정성 훼손 ▲방송 사고 등 관리 부재와 조직 기강 해이 등도 해임 근거로 적시했다.

그러나 정 사장은 이날 “KBS 이사회는 사장 해임제청권이 없는데다, 안건을 사전에 통보하지 않는 등 이사회 개최 절차상 중대한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사회 의결을 인정할 수가 없다”고 입장을 내놓으며 반발했다. 정 사장의 변호인단은 이사회가 의결한 해임제청안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이날 오후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제출했다.

그러나 검찰이 내주중 정 사장에 대한 배임혐의 수사를 마무리짓고, 불구속 기소 등 신병처리 방향을 정할 것으로 알려지는 등 정 사장 거취 문제는 사실상 매듭지어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새 사장이 임명되기 전까지는 이원군 KBS 부사장이 사장 직무를 대행하게 된다.

◆차기 KBS 사장 추천 급물살 = 유재천 이사장은 이날 이사회가 끝난 뒤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정 사장이 사실상 해임된 만큼) 차기 KBS 사장 추천 절차를 최대한 빨리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오는 13일로 예정된 임시이사회때부터 차기 사장 추천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며 “이사회는 필요할 경우 연이어 개최할 방침이며, 절차와 일정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차기 사장 후보는 1~2주 안에도 추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방송가에서는 이명박 캠프에서 방송전략팀장을 맡았던 김인규 전 KBS 이사와 강동순 전 방송위원회 위원, 이병순 KBS 비즈니스사장, 오명 전 과학기술부 장관, 이병순 KBS 비즈니스 사장, 안동수 전 KBS 부사장, 안국정 SBS 고문 등이 차기 사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KBS PD협회 등 직능단체가 내주초 ‘공영방송 KBS 사수사원행동’을 발족시키고, KBS노조와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들 역시 정 사장 퇴진 반대 및 ‘KBS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을 이어갈 방침임을 밝히고 있어 차기 사장 추천 및 임명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수균기자 freewil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