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열린 2008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에 세계 90여개 국가의 정상들이 얼굴을 드러냈지만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와 대만 총통 마잉주(馬英九)는 끝내 보이지 않았다. 특히 최근 달라이 라마의 거듭된 올림픽 성공 기원과 참여 희망, 그리고 중국-대만 양안 간 해빙기를 주창하고 있는 마잉주 총통은 올림픽 개막식에서 모습을 찾기 어려웠다.

티베트의 정신적 지주인 달라이 라마는 1959년 티베트가 중국으로부터의 독립에 실패한 뒤 인도로 망명한 인물. 달라이 라마는 최근 중국과의 회담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경우 베이징올림픽 방문을 희망한다고 밝혀왔다. 지난 6일에는 “베이징올림픽은 13억 중국 인민들의 자랑”이라며 공개적으로 지지의 뜻을 밝혔다. 달라이 라마는 이날 망명정부 웹사이트에 올린 성명을 통해 “나는 중국이 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때부터 중국의 올림픽 개최를 지지해왔다”며 “올림픽 성공을 기원하고 축원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달라이 라마의 방문이 티베트 독립운동의 기폭제가 될 것을 우려하면서 끝내 초청명단에서 제외했다. 달라이 라마가 베이징올림픽에 참석할 경우 관심의 초점이 후진타오 국가주석에서 달라이 라마에게로 옮겨갈 것이라는 위기감도 달라이 라마가 제외된 이유로 보인다.

중국이 국내 치안 불안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 달라이 라마는 차치하고서라도 한때 심각한 대립 양상으로 치닫던 중국-대만 양안 관계에서 친중국적인 입장을 추구하고 있는 마 총통의 베이징올림픽 참석도 이뤄지지 않았다. 마 총통은 올림픽 기간인 오는 12일부터 19일까지 중남미 국가들을 순방하기 위해 취임 후 첫 해외 순방에 나선다.

중국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의 달라이 라마와 마 총통 초청 제외는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향한 열망에도 불구하고 국내 상황 불안에 대한 위기감을 뛰어넘을 수 없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베이징의 외교전문가는 “중국 정부가 달라이 라마와 마잉주 총통을 베이징올림픽에 초청했다면 이들 체제와 대표성을 인정해 버리는 결과”라며 “특히 대만 총통의 초청은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중국 정부 스스로 양국 체제를 승인하는 우를 범하는 일이기 때문에 ‘대만은 중국의 일부’라는 전제조건이 없는 한 당분간 양국 정상의 대면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 = 한강우기자 hanga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