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도 박차고, 꿈도 버리고 심지어 여자친구를 사귈 기회도 날려버렸지요.” 이렇게 말하는 쑨딩궈씨는 2008 베이징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가 아니다. 심지어 그런 선수들과 만난 적도 없다. 단지 베이징올림픽을 홍보하기 위해 거리로 나선 이른바, ‘올림픽 광팬’일 뿐이다. 8일 올림픽이 열리는 베이징(北京) 궈자티위창(國家體育場) 인근에는 이 같은 광팬들이 삼삼오오 집결해있다.

자오전쿤씨는 1년여 전 아내와 자식을 남겨두고 집을 나섰다. 그때부터 그의 집은 거리였다. 동가식서가숙(東家食西家宿)하면서 중국 전역을 돌았다. 심지어 국경을 넘어 베트남을 돌아다니기도 했다. 목적은 베이징올림픽 홍보. 거리에서 사람들을 만나면 그는 베이징올림픽에 대한 광적인 찬양론을 쏟아냈다. 인력거를 끌고다니며 올림픽을 홍보하는 쑨딩궈씨는 좀 더 특이하다. 온몸 36곳에 올림픽 문신을 새긴 그는 슬쩍 봐도 올림픽에 매몰된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는 이날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올림픽을 홍보할 생각밖에 없어요. 이 한 가지만 생각해야합니다. 그래야 제가 원하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온갖 역경을 통해 나 자신을 시험하고 싶었습니다. 그게 바로 올림픽정신입니다”라고 덧붙였다.

지난 4년간 거리에서 올림픽 홍보에 매진한 리융훙 씨도 “우리는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章)을 쓰고 있습니다”라며 마지막까지 올림픽 홍보에 박차를 가했다. 물론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부터 일반 주민까지 13억 중국인들은 올림픽 성공을 염원하고 있다.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올림픽을 선진국으로 가는 ‘디딤돌’로 여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융흉씨 이같이 올림픽에 ‘올인’하는 광팬들의 모습은 올림픽 홍보에 ‘득보다는 실’이라는 지적도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올림픽 광팬들이 궈자티위창 인근에서 개막식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중국 당국은 이날 오후 7시부터 자정까지 사실상 공항을 폐쇄하고, 베이징으로 들어오는 차량에 대해 3중의 검문 검색을 실시하는 등 철통 같은 경계태세를 구축하고 있다.

베이징 = 올림픽특별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