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열린 PD수첩의 광우병 보도에 대한 정정·반론 청구 선고에서 재판장이 이례적으로 “정정·반론 보도를 할 때 판결 내용에 대해 코멘트하지 말 것”을 주문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서울 남부지법 민사15부 김성곤 부장판사는 이날 농림수산식품부가 MBC PD수첩을 상대로 낸 정정 및 반론보도 청구소송 선고에서 피고 측에 “정정이나 반론보도를 할 경우 가급적 판결 내용에 대한 코멘트를 하지 말 것이며 전해야 할 내용이 있다면 다른 기회에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고 말했다.

김 부장판사는 “언론사인 피고는 언론의 비판적 기능에 비춰 이번 판결에 대해서 비판하거나 평가할 수 있다”면서도 정정·반론 보도와 판결에 대한 비판을 구분해 줄 것을 주문했다. 김 부장판사는 “피고가 정정 및 반론 보도를 할 때 정정이나 반론 보도하는 부분 외에 다른 부분에 대해 승리한 것처럼 보도하거나 실질적으로 진 부분도 이겼다고 한다든지 하는 것은 정정보도에 의한 피해자 권리구제 기능이 매우 약화되므로 바람직하지 않다”며 “그 경우 정정 및 반론보도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아니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정정·반론 보도에 충실하라는 재판부의 주문은 MBC가 판결에 대한 비판이나 편향된 해석을 통해 재판 결과를 희석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MBC는 언론중재위원회 등의 보도 문제점 지적 결정이나 검찰 수사에 대해 역공을 펼쳐왔다.

이에 대해 권기백 주심판사는 “그 동안 방송국에서 정정보도나 반론보도를 할 때 ‘사실상 언론사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의 판결이 잘못됐다’는 등 편향된 해석을 붙이거나 판결에 대한 비판을 해서, 오히려 피해자가 재판에서 이기고도 재차 피해를 보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며 “판결의 실효성 확보 차원에서 재판부의 입장을 판결문에 넣고 선고에서도 밝혔다”고 설명했다.

조성진기자 threem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