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다 지지율 만회… 분쟁지역화 장기 포석

이미지 크게보기 임진왜란때 조선 침략을 위해 만든 조선국 지리도. 독도를 우리식 명칭으로 표기한 일본 최초의 지도.

‘우리 땅’ 독도에 대해 일본이 다시 억지 주장을 펴고 나섰다. 일본은 지난 14일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문구를 중학교 사회과목 학습지도요령 해설서 개정판에 삽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일본은 10여년전부터 독도 영유권 주장을 위한 준비작업에 착수, 2005년 2월 시마네(島根)현의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명)의 날’ 제정을 통해 야욕을 노골화했다. 이번 ‘해설서 파동’도 이같은 치밀한 단계적 전략의 일환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일본 총리가 지난 4월 양국관계를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키자고 합의한 게 무색할 정도다. 일본은 4개월만에 미래지향적 양국 관계를 모색하자는 한국의 제안에 찬물을 끼얹었을 뿐만 아니라, 아예 뒤통수까지 친 셈이다. 한국은 ‘단호하게 대처한다’는 방침 아래 독도에서의 실효적 점유를 강화하는 조치를 내놓는 한편, 권철현 주일 대사를 ‘일시 귀국’시키는 등 강도 높은 외교적 대응에 나섰다. 일본이 독도 문제에 집착하는 이유와 일본의 독도 전략, 우리의 대응 등을 점검해본다.

1. 일본 중학교 교과서 학습지도요령 해설서란

일본에는 문부과학성에서 작성하는 교과서 학습지도요령과 학습지도요령 해설서가 있다. 학습지도요령은 교사들이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 참고하는 지침서로 각료회의의 의결을 거쳐 10년에 1번 개정된다. 학습지도요령은 법적 구속력이 있어 모든 교사들은 반드시 이 내용에 따라 수업을 진행해야 한다. 반면 해설서는 말 그대로 지도요령의 내용을 보완보충해주는 것으로 명문화된 구속력은 없다. 그러나 문부과학성은 해설서 역시 지도요령의 해석과 관련해 실질적인 구속력을 갖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일본의 민간 출판사들이 문부과학성의 학습지도요령과 해설서에 기초해 교과서를 펴내기 때문에 새 해설서는 앞으로 나올 교과서 내용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 현재 중학교 지리, 공민 교과서 14개 중 4개에 독도 문제가 언급돼 있지만 이번 새 해설서에 독도 관련 내용이 포함되면서 앞으로 그 숫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 일본의 교과서 역사왜곡 사례는

일본의 보수·우익 세력은 역사나 영토 분쟁의 문제와 관련, 교과서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대표적인 왜곡사례는 고등학생용 ‘최신 일본사’ 교과서로 고대에 일본이 한반도의 남부를 지배했다는 ‘임나일본부’설을 싣고 있지만 매년 문부과학성의 검정을 통과하고 있다. 임나일본부설은 일제강점기 일본의 조선 식민지배를 정당화하는 핵심적인 학설이었다. 2000년대 들어 교과서를 통한 역사 왜곡은 한층 심해져 2001년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은 종군위안부와 난징(南京)사건을 역사교과서에서 삭제하는 운동을 펼친 결과, 2005년 이후 현재 중학교 교과서에는 종군위안부와 난징 사건 관련 기술이 거의 사라졌다.

3. 언제부터 독도를 자신의 땅이라고 주장했나

근대 이후 일본이 독도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는 최초의 근거는 1905년 2월 각의(우리의 국무회의에 해당) 결의로 당시 독도를 자국 영토로 편입했다. 태평양전쟁 이후 일본은 1952년 ‘샌프란시스코 조약(1951년)’을 근거로 독도가 자국의 영토임을 다시 주장한다. 샌프란시스코조약은 태평양전쟁에서 승리한 연합국이 일본의 전후 처리를 위해 일본과 맺은 조약으로 일본이 조선으로부터 강제로 빼앗았던 조선 영토를 반환해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일본은 이 조약에서 일본이 포기해야 하는 영토로 ‘제주도, 거문도 및 울릉도를 포함한 조선’으로 규정돼 있고 독도는 명시돼 있지 않은 만큼 독도는 일본땅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국내학자들은 “제주도라고 하면 그에 속한 우도 등 주변 섬들도 포함하는 것처럼 울릉도라고 하면 그 부속섬인 독도 역시 당연히 포함하는 것으로 봐야한다”는 ‘속도이론’으로 반박하고 있다. 한국 영토에 속한 수천개의 섬을 일일이 명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1950년 작성된 ‘연합국의 구일본 영토처리에 대한 합의서’에는 독도가 명백하게 대한민국 영토로 표시돼 있다.

4. ‘리앙쿠르 岩’이란 단어의 의미는

세계 최대의 인터넷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에서 지난해 5월28일부터 ‘독도’라는 주제어가 ‘리앙쿠르 암석(Liancourt Rocks)’으로 바뀌었다. 북미지역 도서관 주제어의 표준 역할을 하는 미 의회도서관의 독도 주제어도 리앙쿠르 암석으로 변경하는 계획이 추진됐지만 캐나다와 미국에 거주하는 교포 김하나(캐나다 토론토대 동아시아도서관 학국학 책임자)씨와 김영기(미국 조지워싱턴대 동아시아어문학과장) 교수의 노력으로 일단 중단된 상태다. 현재 미 국무부와 중앙정보국(CIA) 홈페이지 등의 국가소개란에도 독도가 리앙쿠르 암이라는 용어로 명시돼 있다.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에 따르면 해외 백과사전과 유명포털사이트 중 독도 표기를 리앙쿠르 암석으로 쓰고 있는 곳은 2005년 2만2000개에서 2008년 5월19일 3만2500개, 7월16일 3만8500개로 독도 표기가 리앙쿠르 암석으로 급속히 대체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앙쿠르는 19세기말 독도를 발견한 프랑스 포경선 리앙쿠르호의 이름을 따서 붙인 것이다. 김하나씨는 “리앙쿠르 바위섬은 한국의 섬이라는 사실을 아직 명시적으로 인정하지 않은 중립적인 입장의 단어”라며 “더 큰 문제는 일본이 독도를 자신들이 주장하는 다케시마로 부르기 위한 중간단계로 볼 수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5. 일본 국내정치 문제가 작용했나

한국과의 관계 개선을 중시하는 후쿠다 총리가 한국과의 관계 악화를 감수하며 해설서에 독도 관련 내용을 명기한 배경에는 후쿠다 총리의 지지율 정체가 작용했다는 지적이 있다. 지난 12, 13일 아사히(朝日)신문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후쿠다 내각에 대한 지지율은 24%로 선진8개국(G8) 정상회의에도 불구하고 별 차이가 없었다. G8정상회의 이후 지지율 반등을 노렸던 후쿠다 총리로선 당장 국내 지지율 정체를 만회할 카드를 마련하지 못할 경우 총리직을 유지하기 힘든 상황으로 몰린 것이다.

6. 일본의 국제사법재판소 상정 전략이라는데

일본은 한국을 자극,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만든 뒤 국제사법재판소(ICJ)에서 승소 판결을 얻어낸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ICJ에 상정될 경우, 한국이 독도를 실효적으로 지배해왔기 때문에 더 유리하다는 분석이 많다. 하지만 일본이 오랫동안 준비작업을 해온 만큼, 100% 장담할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실제로 최근 각국에서 독도에 대한 표기가 ‘리앙쿠르 섬’으로 바뀌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국제사회에서도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받아들이려는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 정부는 독도 문제는 강제관할권이 아닌 합의관할권이라면서 재판 자체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7. 우리나라의 대응은

두가지 측면에서 대응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 첫째는 실효적 지배를 강화하는 조치다. 정부가 지난 14일 발표한 ▲내년초까지 독도 관리선 건조 ▲어업인 숙소 유지·관리 ▲내년까지 독도 행정사무소 완공 및 공무원 상주 ▲해군 순시선 운항, 공군기의 초계비행 방안 검토 등이 이에 해당한다. 또다른 조치는 정치·외교적 수단을 활용하는 것이다. 권 주일 대사가 지난 15일 일본 외무성을 항의 방문하고 17일 기자회견에서 “국내여론이 악화될 경우 북핵 6자회담에서 일본의 의견에 동의한 것에 이를 반영할 수 있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8. 中·러와도 영토분쟁을 일으키고 있다는데

일본은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댜오위다오(釣魚島)를 ‘센카쿠(尖閣) 열도’라고 부르면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일본은 1895년 중·일전쟁 이후 댜오위다오를 실효적으로 점유한 상태로, 일본 정부가 조만간 이 문제 역시 교과서에 명기해서 영유권을 확고히 할 방침이라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반면 일본은 러시아가 1945년 일본이 패망한 뒤 점유한 북방영토, 즉 쿠릴 열도에 대해서는 집요하게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북방영토는 쿠릴열도 최남단의 에토로후(擇捉), 구나시리(國後), 시코탄(色丹), 하보마이(齒舞) 등 4개섬으로, 일본은 초·중·고 교과서에 “북방영토는 우리의 고유 영토”로 이미 기술해놓은 상태다.

9. 주일 대사가 ‘일시귀국’한 의미는

정부가 일본의 도발에 대응한 조치중 하나가 권 대사의 ‘일시 귀국’이다. 본국과의 현안업무 협의차 일시적으로 귀국한다는 의미라는 것이 외교통상부의 설명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대사 소환’이라고 볼 수 있다. ‘소환’은 주재국 정부에 대한 불쾌감과 항의 의사를 표시하는 강도 높은 외교적 조치 중 하나다.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이후 60년간 주재국 대사가 소환된 경우는 4차례밖에 없었고, 2001년 최상룡 주일 대사가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로 귀국한 이후 7년 만에 이뤄진 것이다.

10. 독도의 정치·경제적 가치는

33개 부속도의 총면적 186.121m²의 총 공시지가는 2억7287만원에 불과하지만, 독도는 해양자원과 천연자원의 보고다. 일단 독도는 북한에서 내려오는 한류와 남쪽의 난류가 합쳐지면서 연어·송어·대구는 물론, 명태·꽁치·오징어·상어 등이 서식하는 황금어장이다. 독도 인근 어획량이 울릉군 전체 어획량(4903t·130억원 상당)의 60%에 달한다. 또 독도 인근 심해에는 미래 대체 에너지로 꼽히는 ‘가스(메탄) 하이드레이트(Hydrate, 함수화물)’ 6억t 가량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천연가스 소비량을 연평균 2000만t으로 계산할 경우 30년간 사용할 수 있고, 경제적 가치도 1500억달러(약 150조원)에 달하는 매장량이다. 영해 확장 등을 감안하면 정치·군사적 가치는 이보다 훨씬 크다. 일본의 야욕대로 독도 문제가 분쟁지역화된다면, 고유 영토도 지키지 못한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발언의 영향력이 상당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신보영·민병기기자 boyoung22@ munhwa.com

이미지 크게보기 프랑스 지리학자 당빌이 1737년 그린 조선왕국전도. 독도가 한국 영토임이 명료하게 표시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