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한나라당 홍준표(오른쪽) 원내대표가 1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쇠고기 국조문제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정하종기자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사건,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등과 관련, 정부의 대응능력 부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내에서도 자성론이 나오고 있다.

정부의 위기관리체계에 심각한 ‘구멍’이 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나라당도 집권 여당으로서 정부를 견인할 만한 역할을 한 게 없다는 게 자성의 요지다.

17대 국회에서 통일외교통상위원회 한나라당 간사를 역임한 진영 의원은 15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명박 정부가 출범 직후부터 촛불 시위와 경제 악화로 엄청난 어려움을 겪더니 이제는 대북 관계와 외교에서까지 문제가 터지면서 전통적인 지지층조차 이탈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당이 정부의 위상 추락을 막아주려고 무조건 감싸다간 당·정이 동반 추락한다”며 “집권 여당이 쓴소리할 것은 하면서 정부가 제대로 갈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그게 안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정이 모두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국정 위기상황에 대한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은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사건과 관련된 위기대응체계 부실,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대한 외교력 부재 등 현 정부의 국정 운영능력에 심각한 구멍이 나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한나라당도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이 발생한 뒤 북한과 정부를 비판하는데 열을 올리고 독도 문제에 대해 일본 규탄 성명이나 발표하면서 ‘사후 약방문’을 쓰는 데만 열중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나라당은 집권 여당으로서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대북관계, 외교 문제 등에 대해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점을 반성해야 여권이 향후 국정 대응능력을 높일 수 있는 발판을 제대로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사건 발생 초기 새 지도부가 청와대의 기류를 의식한 듯 북한에 대한 강력한 비판을 제기하지 못한 채 진상조사 우선론을 제기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촛불시위에 대한 대응, 각종 경제개혁 정책의 후퇴 등으로 전통적 지지기반인 보수층의 이반현상이 가시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당이 북한에 대해 민주당보다 더 어정쩡한 자세를 취했다는 것. 이와 함께 정부에 대한 비판과 당내 자성론이 발전적으로 승화되지 못한 채 당·정간 불협화음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조해동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