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이 역사갈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민간 차원의 역사연구와 역사교육에 그 책임의 상당 부분을 넘기고, 양국 정부는 이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게 좋다.”

정재정(국사학과) 서울시립대 교수는 1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바비엥2 회의실에서 열린 동북아역사재단(이사장 김용덕) 주최 ‘일본 역사교과서의 재조명’ 학술세미나에서 기조강연을 통해 민간중심의 합리적인 해결을 주장했다.

정 교수는 특히 한·일 양국이 역사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양국의 역사연구자, 교육자, 시민단체간에 역사인식에 대한 논의와 대화 ▲역사인식은 국가·민족·개인 사이에 상이부동(相異不同)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 한·일관계사를 객관화·상대화해서 보려는 노력 필요 ▲한·일 양국의 우호협력 동반자 관계 강화를 위해 평화·교류의 역사 강조 ▲한·일관계에서 북한도 포함해 파악할 수 있는 방법 모색 ▲상대를 한·일관계사적 시야에서만 인식하려는 태도에서 탈피, 다양한 시각에서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태도 등을 주문했다.

정 교수는 “양국이 상대에 대해 이러한 유연성을 견지한다면 역사갈등을 상당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개별 주제발표에서 허동현(사학과) 경희대 교수는 “일본에서 역사 왜곡이 계속되는 주요 이유는 제국주의 침략전쟁을 자행한 전범세력이 청산되지 않고 지배세력으로 탈바꿈하였기 때문”이라며 “이들에게 패전 이전 일본제국에 대한 기억은 반성해야 할 역사가 아닌 자랑스러운 ‘영광’의 역사로 기억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홍성근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일본 교과서에 나타난 독도기술 실태를 분석하고, 교과서 집필은 학습지도요령 해설서를 기준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실제적인 영향이 막대함을 강조했다. 홍 연구위원은 “일본은 학습지도요령을 통해 러시아와의 북방영토문제에 대해 현재 러시아에 의해 ‘불법 점거’되어 있고, ‘일본이 그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을 가르치게 한다”며 “일본의 다음 목표는 독도이며 해설서에 명기됨에 따라 앞으로 많은 교과서에서 이에 근거, ‘독도의 일본영유’를 주장하게 될 것이 틀림없다”고 전망했다.

발표자들은 이밖에도 일본교과서에 나타난 고대사 및 일제시대 위안부 등 현안문제를 중심으로 분석하고, 일본의 우경화 경향과 교과서 서술문제 등 그간 논의되어왔던 주요 문제점들을 종합적으로 재점검했다.

김영번기자 zero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