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외교정책인 ‘MB독트린’이 혹독한 시련기를 맞고 있다. 이 대통령이 목소리를 높여온 ‘미래지향’, ‘실용’의 4강외교 원칙은 화답없는 메아리로 그치고 사면초가에 빠져드는 형국이다. 미국(쇠고기 파동), 중국(한·미동맹 폄하), 북한(금강산 관광객 피격사망사건)에 이어 일본 정부의 ‘독도는 일본땅’ 주장 파동이 이 대통령을 옥죄어오고 있다. 이 대통령이 “깊은 유감과 실망”이라며 강한 배신감을 드러낸 가운데 정부는 “단호하면서 유연한 투트랙으로 대처한다”(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방침을 천명했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는 험난한 가시밭길이 앞에 펼쳐져 있다. 이 대통령이 ‘초보외교’라는 꼬리표를 떼고 국익외교의 성과를 거둘지 중대기로의 상황에 처해 있다.

◆‘단호하면서도 유연한 대처’= 정부의 투트랙 전략은 영토문제라는 독도의 양면성 때문이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15일 “국민의 정서를 감안하면 절대 양보를 못하고 단호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미 실효적 지배를 하고있는 상황이라 국제분쟁화시켜 말썽이 되는 것도 현명치 못하다”고 설명했다. 강경한 대응의 뜻으로 권철현 주일대사를 15일 본국으로 일시 귀국시켰다. 사실상의 ‘소환’인 일시귀국은 상대국 정부에 대한 불쾌감과 항의를 표현하는 높은 수위의 외교적 수단이다. 일본 교과서에서 독도 관련 내용을 삭제하는 게 정부의 목표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권 대사가 일본으로 다시 나가기까지 장시간이 걸릴 지도 모른다.

별도로 정부는 독도의 실효적 지배를 강화하는 일련의 조치들을 서둘러 발표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와 함께 “일본에 당한 주변국들이 많다. 이들과 국제공조 테이블 모임을 우리가 주도해 일본의 배신에 대한 국제사회의 응징을 가하는 프로그램을 진행시키겠다”고 밝혔다. 양자간의 첨예한 현안을 국제사회의 다자 압력으로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방침에서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일본 정부의 언론플레이는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혀 한·일관계는 감정싸움으로까지 비화하고 있으며 이는 파동의 장기화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 위기의 MB독트린 탈출구 있나 =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이번 독도파동에 대해 이 대통령이 단단히 화가 났다. 대통령은 ‘재팬 프렌들리’의 모습을 보였는데 일본은 전혀 고민의 흔적도 없이 일언지하에 무시한데 대한 것”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종합예술’이라고 평가되는 외교문제가 이같이 정상간의 정서적 측면만 갖고 해결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 대통령의 ‘대북 전면적 대화’(11일 국회 개원연설)도 ‘실용’의 가치만을 전면에 앞세우는 인상을 주는 한 ‘진정성’이 전달되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미국과의 실용외교도 ‘쇠고기 파동’이란 장벽에 부닥쳐 장기간 국정공백을 감수해야 했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는 “MB독트린의 위기를 인정한다.

그러나 정책 방향의 찬반이 51대 49로 엇갈린 상황에서 51을 채택할 수밖에 없으며 이에 대해 49의 측면만 부각시켜 비판한다면 어쩔 수 없다”고 불가피성을 항변했다.

김상협·민병기기자 jupit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