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과 관련, 여야는 14일 한목소리로 북한을 강력 비판하면서 정부의 철저한 진상조사와 북측의 협조를 촉구했다. 각 정당의 이념적 성향에 따라 강도의 차이를 보였지만 북측이 적반하장격으로 남측에 재발방지를 요구하면서 대북 비판 수위는 한층 높아지는 분위기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북측이 남측에 책임을 전가하면서 합동조사를 거부하고 있는 것이 국민을 분노케 하고 있다”며 “북한은 즉각 사죄하고 진상 파악에 협조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이어진 국회 원내대표 연설에서도 “정부는 모든 역량을 동원해 철저한 진상조사와 함께 재발방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면서 “북한도 진상규명을 비롯한 우리의 요구에 적극 협력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박희태 대표는 이날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원인이 제대로 파악된 토대 위에 대책도 만들 수 있는 것”이라며 “북에 대해 진상 조사 협조를 계속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도 북한을 강력 성토했다. 다만 민주당은 이번 사건과 남북관계는 다른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는 ‘분리대응론’을 내세우고 있다. 정세균 대표는 이날 BBS 라디오 ‘유용화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이번 피격 사건과 관련) 북한이 과잉대응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정 대표는 이어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북한이 합동조사를 거부하고 우리에게 재발방지를 요구했다는 보도를 봤는데 이는 사리에 맞지 않고 잘못됐다는 점을 지적한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에 대해 “이 문제와 남북문제는 별도로 대화의 틀을 만들어야 하며, 이명박 정권의 대북 강경정책은 합리적으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는 등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는 않았다.

대북 문제에 있어서 한나라당보다 몇클릭 더 우측에 위치해 있다는 평을 듣고 있는 자유선진당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과를 요구하면서 유엔인권위와 국제사법형사재판소에 북한을 제소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종북주의’ 논란으로 갈라섰던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역시 입장차를 보였다. 민주노동당은 “사실을 왜곡해 사태를 사실과 다르게 증폭시킴으로써 남북관계 전반에 의도적 어려움을 조성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 반면 진보신당은 13일 “북측이 남측 조사단 파견 요청 전통문 수신 자체를 거부한 것은 무책임하고 독선적”이라고 북측 태도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권로미기자 romi@munhwa.com